임금·연차수당·노사협의회 운영 문제로 고용노동부 시정지시를 받은 크래프톤에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정식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가 지난해 준법통제 활동으로 완료한 괴롭힘 정식조사만 두 자릿수에 달했다. 배틀그라운드 흥행 이후 글로벌 게임사로 몸집을 키웠지만, 계열사 노무관리와 내부 조직문화 관리에선 잇따라 균열이 드러나는 모양새다.
크래프톤, 지난해 직장내 괴롭힘 조사만 12건
28일 크래프톤의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025년 준법통제 활동의 하나로 직장 내 괴롭힘 정식조사 12건을 완료했다. 단순 민원이나 예방교육이 아니라, 회사가 정식 조사 절차에 착수한 괴롭힘 관련 사안이 한 해 두 자릿수에 달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관련 조사는 이어지고 있다.크래프톤 1분기 보고서에는 2026년 1월부터 분기보고서 제출 시점까지 직장 내 괴롭힘 정식조사를 포함한 내부조사 3건이 진행 중이라고 적혔다. 지난해 12건의 직장 내 괴롭힘 정식조사를 마친 뒤에도 올해 초 괴롭힘 정식조사를 포함한 내부조사가 다시 진행된 셈이다.
크래프톤은 전사 및 자회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준법교육을 실시하고 산업안전·중대재해 관련조직 정비와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MO) 선임을 완료했다고 밝혔지만, 공시에 드러난 숫자는 조직문화 관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 과제임을 보여준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흥행 이후 인수합병(M&A)과 신규 법인 설립으로 계열사를 빠르게 늘려왔다. 2026년 1분기 기준 크래프톤 기업집단의 계열회사는 상장사 2곳, 비상장사 76곳 등 총 78곳이다. 크래프톤이 직접 지분을 보유한 국내 게임 계열회사로는 라이징윙스, 블루홀스튜디오, 5민랩, 렐루게임즈, 플라이웨이게임즈, 인조이스튜디오, 조프소프트, 나인비스튜디오, 룬샷게임즈, 올리브트리게임즈 등이 있다.
수당 안 주고 연장근로 한도도 초과
문제는 외형 확장 과정에서 계열사 노무관리 문제가 반복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라이징윙스, 넵튠, 띵스플로우, 블루홀스튜디오, 오버데어코리아, 플라이웨이게임즈 등 크래프톤 계열회사들은 2023~2024년에 걸쳐 고용노동부 시정지시를 받았다.
넵튠은 2023년 7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임금명세서상 실제 연장·야간·휴일근로시간을 기재하지 않은 점, 연차 미사용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점, 휴일근로 보상휴가 부여 때 가산율을 적용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받았다. 보상휴가와 휴일 사전대체 관련 근로자대표 서면합의서를 보존하지 않았고, 주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초과했으며, 노사협의회도 운영하지 않은 것으로 공시됐다.
띵스플로우도 두 차례 시정지시를 받았다. 2023년 7월에는 근로자 1명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등 수당을 과소 지급한 사실이 적시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근로계약서상 주요 근로조건 미명시·미교부, 근로자 명부 미작성, 연차유급휴가 사용 서류 관리 미흡, 취업규칙 미신고, 최저임금·성희롱예방교육자료 미게시, 노사협의회 규정 미제출, 고충처리위원 미선임, 노사협의회 미설치, 임금명세서상 계산방법 미명시, 통상임금 미반영에 따른 임금 미지급 등이 지적됐다.
오버데어코리아는 2024년 9월 취업규칙 미게시, 근로계약서상 종사업무 내용 미명시, 일부 근로자의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미지급, 임금명세서상 계산방법 미명시, 야간 및 휴일근로 서류 관리 미흡, 성희롱예방교육자료 미게시, 노사협의회 관련 서류 누락 등으로 시정지시를 받았다. 플라이웨이게임즈는 같은 해 10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납입금액에 연차유급휴가 및 보상휴가 미사용수당을 반영하지 않은 사실이 적시됐다.
크래프톤은 각 제재건에 대해 조치 이행을 완료했으며, 법규 이행 여부 관리를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정식조사와 내부조사가 공시에 등장한 것은 그룹 차원의 조직관리와 노무 컴플라이언스가 여전히 주요 관리 과제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AI 퍼스트한다는데 노무 관리는 뒷전
게임업계에서 근로시간과 보상체계는 민감한 문제다. 신작 출시를 앞둔 개발 막바지에는 장시간 노동이 반복되기 쉽고, 회사가 이를 수당이나 휴가로 어떻게 보상하느냐가 구성원 처우와 직결된다. 그런데 크래프톤 계열회사에서는 연장·야간·휴일근로시간 기재, 보상휴가 가산율, 근로자대표 서면합의, 주 연장근로 한도, 노사협의회 운영 같은 기본 항목이 한꺼번에 지적됐다.단순 서류 누락을 넘어 계열사 전반의 노무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따져볼 대목이다.
크래프톤은 최근 인공지능(AI) 전환과 글로벌 IP 확장을 앞세워 성장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올 1분기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일본 광고·콘텐츠 기업 ADK그룹 편입 등으로 사업 영역도 넓혔다. 그러나 공시상 드러난 조직관리 항목을 보면 외형 성장과 별개로 내부 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AI 전환과 해외 IP 확장으로 성장 전략을 바꾸는 과정에서 계열사 노무관리와 조직문화 리스크가 크래프톤의 또 다른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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