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건보 재정에 발목 잡힌 혁신신약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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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건보 재정에 발목 잡힌 혁신신약 개발

국산 1호 CAR-T 치료제 ‘림카토’가 건강보험 급여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바이오의약품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해외 공인 학술지의 임상 논문 게재 실적 부족’을 이유로 지난달 27일 급여 등재를 거부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큐로셀이 개발한 이 치료제는 환자 면역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 만드는 항암제다. 한국의 첨단 세포치료제 개발 역량을 입증한 성과다. 오는 9월 신약 출시를 목표로 했던 큐로셀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아쉬워하며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즉시 재심사를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의 보수적 급여 등재 심사는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학술지 게재 실적처럼 경직된 형식 요건으로 발목을 잡는가 하면, 제약사가 책정한 약가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약가 인하를 유도하기도 한다. 바이오의약품 업계가 보건당국을 ‘신약 개발 파트너’보다 ‘넘어야 할 장벽’으로 인식하는 배경이다.

림카토의 급여 등재 실패는 기념비적인 신약조차 정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내 현실을 반영한다. 업계 일각에선 “보건당국이 약가 인하, 급여 등재 거부를 업무 성과로 여긴다”는 말이 나온다. 환자의 신약 접근성 제고와 바이오산업 성장은 뒷전이라는 불만의 표현이다.

최근 신약 개발 중심지로 급부상한 중국 보건당국과 비교하면 더욱 큰 아쉬움을 남긴다. 중국은 바이오 신약 산업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혁신 신약 약가 인정과 적극적인 보험 등재에 나서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4월 혁신 신약과 제네릭(복제약)을 차등 평가하는 약가 정책을 도입했다. 기업이 장기간 쏟아부은 연구개발(R&D)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고가의 신약 출시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국가의료보장국(NHSA)은 공적 보험과 분리된 ‘상업건강보험 혁신약품 목록’을 신설하고, 한 회 치료비만 수억원대인 CAR-T 신약 등을 등재했다. 아시아 최대 임상시험수탁(CRO) 업체 타이거메드의 하오 우 공동대표는 “중국 보건당국이 중국 환자들이 최첨단 신약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중국을 글로벌 신약 개발 허브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중국은 최근 10여 년 만에 제네릭만 생산하던 바이오의약품 생태계를 글로벌 바이오 ‘G2’로 탈바꿈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지난해 전 세계 기술 도입(라이선스인) 계약 자산 가운데 절반이 중국 기술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 보건당국이 건강보험 재정 방어에 매달리는 지금도 중국은 신약 산업 육성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두 나라의 기술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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