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인공지능(AI) 검색 경쟁에서 자체 콘텐츠 생태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챗GPT·제미나이 등 글로벌 AI 모델이 빠르게 성능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네이버는 블로그·카페·지식iN에 쌓인 한국 이용자의 경험과 쇼핑·예약·지도 데이터를 AI 검색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검색 개발자가 꺼낸 콘텐츠 승부수
네이버는 2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AI 시대 네이버의 데이터·콘텐츠 전략'을 주제로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을 열었다. 지난 2월 선임된 김광현 CDO(Chief Data & contents Officer)가 국내 언론 앞에 처음 선 자리다. 김 CDO는 2000년 검색 개발자로 네이버에 입사해 검색 플랫폼 부문장을 지냈다.
김 CDO는 네이버가 검색 경쟁을 거쳐온 과정을 먼저 짚었다. 네이버는 통합검색, 지식iN·블로그·카페, 모바일 검색, 쇼핑·로컬 검색을 거치며 자체 기술과 콘텐츠를 쌓아왔다. 김 CDO는 "AI 시대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AI 기술력과 콘텐츠"라며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기술과 함께 콘텐츠의 가치는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모델 간 성능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고 봤다.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성능 순위가 바뀌지만, 실제 서비스에서는 어떤 데이터를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CDO는 "단순한 일반 성능의 모델을 계속 높이는 것보다는 실제로 잘 쓸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그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확보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구글 등 글로벌 서비스와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는 한국 이용자의 생활형 콘텐츠를 들었다. 김 CDO는 "구글 검색과 네이버 검색을 써보면서 느끼는 그 차이점을 AI 시대에도 똑같이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에서 식당을 찾고, 상품을 비교하고, 지역 정보를 확인해온 이용자 흐름을 AI 검색에서도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김 CDO는 과거 네이버가 통합검색으로 구글과 경쟁했다면, AI 시대에는 여러 버티컬 에이전트를 묶어 이용자가 원하는 일을 끝까지 마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했다. "네이버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소버린 AI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AI가 인용하는 창작자' 키운다
이날 네이버가 특히 강조한 대목은 UGC(이용자 생성 콘텐츠)였다. 네이버 플랫폼에서는 약 2000만명의 창작자가 연간 6억3000만건의 콘텐츠를 생산한다. 하루 약 200만건의 콘텐츠가 블로그, 카페, 지식iN, 프리미엄콘텐츠 등에 쌓인다.
이일구 콘텐츠 서비스 부문장은 이 콘텐츠가 이미 AI 검색에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브리핑과 네이버 AI 검색 결과에서 사용한 콘텐츠 중 네이버 UGC 비중이 70%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가령 리스본 야경 명소를 찾을 때 일반 생성형 AI가 유명 관광지 목록을 요약하는 데 그친다면, 네이버 AI탭은 한국인이 선호하는 파노라마 뷰나 붉은 지붕이 잘 보이는 지점을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블로그와 카페에 쌓인 이용자 경험이 답변 품질에 반영된다는 얘기다.
'네이버 메이트'는 이런 콘텐츠를 만든 창작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음달 블로그·카페·지식iN·프리미엄콘텐츠 창작자 중 3000명을 대상으로 시작한다. 10개 분야, 25개 주제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를 선정한다. 하반기에는 클립 창작자까지 대상을 넓힐 예정이다.
선정 기준은 AI 브리핑 인용 수다. 해당 창작자의 콘텐츠가 AI 브리핑에서 얼마나 자주 인용됐는지를 본다. 선정된 창작자에게는 공식 엠블럼과 인용 수가 표시된다. 검색 결과와 AI 브리핑 지면에서도 메이트 콘텐츠가 노출된다.
지원금은 총 200억원 규모다. 선정된 3000명에게는 매달 30만원을 지급한다. 주제별 상위 100명에게는 월 300만원, 최상위 10명에게는 월 1000만원의 스페셜 지원금을 준다. 베타 기간에는 현금으로 지급한다.
기존 파워블로거·인플루언서 제도와의 차이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 부문장은 기존 창작자 지원 제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 검색에 맞춘 지원책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에 잘 인용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다'라는 것을 지금 잘 정리 중"이라며 관련 가이드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광고성 콘텐츠가 AI 답변에 섞일 수 있다는 질문도 이어졌다. 김상범 검색 플랫폼 부문장은 블로그 등에 업체성 콘텐츠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AI 브리핑과 AI탭에서 콘텐츠를 인용할 때 작성자의 활동 패턴도 함께 본다고 했다. 그는 "글 단위로 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이 글을 쓴 사람이 네이버에서 얼마나 정상적인 패턴으로 활동을 했는가"를 본다고 말했다.
검색에서 예약·구매까지
네이버는 AI 검색을 단순 답변 서비스에 머물게 하지 않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가령 이용자가 "토요일 점심 3명 예약 가능한 석촌호수 근처 브런치 맛집 추천해줘"라고 물으면, AI탭이 식당 정보와 영업시간, 예약 가능한 시간대, 지도 위치를 함께 보여주고 예약 화면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김 부문장은 네이버의 강점으로 검색·쇼핑·지도·예약이 한 서비스 안에서 이어지는 구조를 꼽았다. 이용자가 무엇을 검색했고, 어떤 글과 상품을 봤고, 마지막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네이버 안에 쌓여 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AI 검색을 답변에 그치지 않고 예약·구매 같은 실행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AI 브리핑은 네이버 검색에서 이용자들이 자주 마주치는 서비스가 됐다. 회사는 AI 브리핑이 월 3000만명에게 노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네이버 멤버십 이용자를 대상으로 베타 출시한 AI탭은 한 달 만에 누적 사용자 300만명을 넘었다. AI탭은 6월 전체 이용자 대상으로 확대된다.
6월 말에는 새 스마트렌즈도 선보인다. 카메라로 물건이나 꽃을 찍으면 AI 브리핑으로 정보를 보여주고, 필요한 경우 AI탭 대화나 쇼핑 링크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김 부문장은 이용자가 찍은 사진, 클릭한 문서와 상품, 이후의 대화가 향후 멀티모달 LLM 학습 데이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네이버 메이트와 AI탭 확대, 새 스마트렌즈는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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