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제주 구좌읍에 있는 한국폴로클럽.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두 명의 남성이 비를 맞으며 풋 말렛(foot mallet·말을 타지 않은 상태에서도 훈련할 수 있는 짧은 말렛)으로 패스 연습을 하고 있었다. 두 선수는 나범수 세리토스홀딩스 대표와 나성균 네오위즈홀딩스 의장이었다.
“이제 그만하고 들어오세요. 감기 걸립니다!” 조준희 유라클 회장이자 대한폴로연맹 회장의 외침에도 두 선수의 연습은 멈출 줄 몰랐다. 이날은 제3회 대한폴로연맹 회장배 대회가 열려야 했지만, 전날 밤부터 내린 폭우로 끝내 개회식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정말 열정적이죠? 폴로 경기를 위해 1주일을 기다린 선수들이에요. 새벽같이 달려왔는데 비가 와서 뛰질 못하니 얼마나 아쉽겠어요.” 조 회장은 두 선수의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말이 잔디 위를 내달리기에 폴로는 날씨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 비가 오면 경기 진행이 불가능하다. 말이 미끄러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제3회 회장배 대회는 이튿날 오전 8시까지도 진행 여부를 알 수 없었다. 새벽까지 몰아친 비로 잔디가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부터 파란색과 흰색 유니폼을 나눠 입은 선수들은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며 햇볕이 들기만을 기다렸다. 헬멧과 보호대까지 갖추고 경기가 진행되길 기다리던 한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국내에서 폴로를 할 수 있는 곳이 한국폴로클럽밖에 없어요. 여기에 모인 모두가 제주에 올 수 있는 주말만 기다렸죠. 비 때문에 말조차 타지 못한다면 정말 슬플 것 같아요.”
다행히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전 9시가 되자 거짓말처럼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했고, 잔디가 금세 말라 경기 진행이 가능하다는 사인이 나왔다. 대회 후원사인 유라클의 권태일 대표 시구로 시작된 경기는 7분30초씩 네 번의 처커로 진행됐다.
두 눈으로 직접 본 폴로 경기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축구장 6개 규모의 필드를 말을 탄 여덟 명의 선수가 최고 60㎞ 속도로 질주했다. 경기장 전체를 울리는 말발굽 소리가 심장을 쿵쿵 울렸다. 경기는 나해온 선수가 맹활약한 블루 팀의 6-5 승. 그러나 이들에게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폴로 경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얼굴엔 행복함이 가득했다.
한국 폴로의 역사는 2022년 대한폴로연맹 창립과 함께 시작됐다고 본다. 국내 폴로 인구는 넓게 잡아도 10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40~50대 젊은 재력가들과 함께 연맹을 설립한 조 회장은 “한국 폴로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유소년 육성과 국제 대회 유치에 힘쓰겠다”고 했다.
제주=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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