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의 국산 뇌전증 신약 세노바이트가 중국 시장을 뚫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1100만명의 뇌전증 환자가 있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세계 최대 뇌전증 시장인 미국을 장악해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는 SK바이오팜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뇌전증 신약, 수면장애 치료제 중국 진출 성공
SK바이오팜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세노바메이트(중국명 翼弗瑞, 이푸루이)에 대한 품목 허가 신청을 받았다고 9일 밝혔다. SK바이오팜과 중국계 투자사 6디멘션캐피탈의 합작법인 이그니스테라퓨틱스가 지난해말 NMPA에 신약허가신청(NDA)을 제출한 지 1년만에 나온 결과다. 당시 함께 NDA를 제출한 SK바이오팜의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중국명 翼朗清, 이랑칭) 역시 이날 함께 품목 허가를 받았다. 중국내 세노바메이트와 솔리암페톨 판매는 내년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이그니스는 현지 제품 생산을 위해 중국 항저우에 지난해 연간 10억정 생산이 가능한 첨단 생산시설을 완공한 상태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 중국 매출에 따른 로열티 수익은 없지만 이그니스의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로서 배당수익과 함께, 내년 이그니스 상장과 이후 지분 가치 상승에 따른 투자 회수 수익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은 2021년 중국 상하이 소재 글로벌 투자사 6D디멘션캐피탈과 이그니스테라퓨틱스를 설립하면서 세노바메이트와 솔리암페톨 등 6개 신약 파이프라인의 중화권(중국, 홍콩, 대만, 마카오) 판권을 넘겼다. SK바이오팜은 그 대가로 1억 5000만달러 규모의 이그니스 지분, 계약금 2000만달러,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1500만달러 등을 확보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중국 시장 공략에 목표를 두고, 로열티를 받는 것보다는 이그니스테라퓨틱스 자체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세노바메이트 상용화로) 합작사 주식 평가가 상승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中 뇌전증 환자만 1100만명, SK바이오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시장조사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24년 111억 3240만 달러(약 16조3800억원)에서 2030년에는 154억 7500만 달러(약 22조7700억원)로 연평균 5.7%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가장 잠재력이 큰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세계 최대 뇌전증 치료제 시장인 미국의 경우 성인 뇌전증 환자수는 300만명이다.
SK바이오팜에 따르면 중국 내 뇌전증 환자는 약 11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2024년 기준, 11억 달러의 규모를 가진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 환자 수도 1억 70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솔리암페톨이 이로 인한 주간과다졸림증 환자 치료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2026년 중국 공략을 주요 경영목표로 하고, 최근 이사회 워크샵도 중국에서 개최했다. 이동훈 사장은 2024년 바이오USA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항암제 시장은 레드오션이지만 CNS 분야는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며 "이그니스가 중국내 CNS시장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중국에서 세노바메이트 판매가 시작될 경우 이그니스가 이듬해 매출 약 5930만달러, 영업이익 약 304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내 시장 점유율이 고점(20.8%)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2031~2032년에는 매출 약 1억5550만달러, 영업이익 8480만달러 창출을 전망했다.
이그니스는 홍콩증권거래소(HKEX) 상장을 추진중이며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내년 상반기쯤 실제 상장이 이뤄질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은 당시 세노바메이트, 솔리암페톨과 함께 이전한 △소아 뇌전증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LSG)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SKL13865 △조현병 치료제 SKL20540 등의 경우 향후 개발에 따른 마일스톤 및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
완전소실률 20%로 월등한 효과...뇌전증 치료제의 게임체인저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해 국내 제약사 최초로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단독 임상·판매에 나선 신약이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5’에서 "기존 뇌전증 치료제가 듣지 않는 환자들에 효과를 보이며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후 현재 시장점유율 2위에 올랐으며 올해 2분기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동훈 대표는 “매출원가율은 5% 미만”이라며 “직접 개발해 파는 제품의 저력”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제조업 평균 매출원가율은 80~90%에 달한다. 시장 1위인 경쟁 약물은 뇌전증 주요 증상인 부분발작의 완전 소실률이 3%에 불과하지만 엑스코프리는 20%에 이른다. 이 대표는 “기존 약물 대비 월등한 성과”라며 “발작 빈도가 줄어든 환자도 55%에 달한다”고 했다.
SK바이오팜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2.4% 증가한 701억원을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제시된 시장 전망치 464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3분기 매출은 191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4% 늘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가 이번에 3연임(임기 3년)에 성공한 것도 SK바이오팜 글로벌 시장 개척 영향이 컸다. 이 대표는 동아제약에서 동아쏘시오홀딩스 지주 설립을 이끈 후 2019년 말 SK그룹으로 영입돼 2020년 바이오투자센터장을 맡아 SK그룹 바이오사업 전반을 이끌었다. 2023년 3월 SK바이오팜 대표에 올라 직접 미국 현장을 뛰며 세노바메이트의 글로벌화를 이끌었다.
세노바메이트는 지난달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 승인을 받으며 국내 출시 문도 열렸다. 국내 허가를 맡은 동아에스티가 국내 판매, 생산도 담당한다. 앞서 SK바이오팜은 지난해 1월 동아에스티에 엑스코프리의 국내외 30개국 공급을 위한 완제의약품(DP) 생산기술을 이전했다. 지난 10월 SK바이오팜의 일본 파트너사인 오노약품공업은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에 세노바메이트의 NDA(신약허가심청)를 제출했다.
에일린 롱 이그니스 테라퓨틱스 대표는 “세노바메이트와 솔리암페톨은 중국에서 중추신경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혁신 치료제”라며 “SK바이오팜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제품 출시 준비를 신속히 진행해, 환자들이 하루빨리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이번 중국 승인은 SK바이오팜과 이그니스 테라퓨틱스가 장기간 협력해온 결실로, 세노바메이트와 솔리암페톨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며 “중국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 기회를 보다 신속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양사가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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