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도 못하는데 84조?' 론자보다 비싼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 논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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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C도 못하는데 84조?’ 론자보다 비싼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 논란[분석+]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일 항체 생산 이외에 경쟁력이 없습니다.”

최근 인터뷰에서 만난 국내 바이오회사 대표의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할 상장 첫 날 고밸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사 대비 기술력과 실적 모두 열세임에도 높은 시가총액을 기록하면서 시장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가총액 83조원을 횡보하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스위스 론자는 68조원, 우시앱텍은 57조원, 우시바이오로직스는 23조원의 시가총액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매출은 이들 CDMO 회사의 밸류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론자는 12조원, 우시앱텍은 8조1342억원, 우시바이오로직스는 3조871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별도기준(삼성바이오에피스 제외) 매출은 3조4971억원에 그쳤다.

글로벌 CDMO 시장의 화두는 단일 항체를 넘어 차세대 모달리티 플랫폼, 즉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론자와 우시그룹은 이미 이 모든 차세대 모달리티 영역에서 글로벌 톱 제약사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특히 론자는 로슈의 케싸일라와 폴리비, 화이자의 베스폰사, 다케다의 애드세트리스 등 이미 상업화에 성공한 ADC 치료제 다수를 생산하고 있다. 전체 매출 중 ADC 비중만 해도 약 30%에 달한다. CGT 영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길리어드의 예스카타, BMS의 브레얀지, 노바티스의 킴리아와 졸겐스마, 스파크테라퓨틱스의 럭스터나 등 상업화 제품들이 론자에서 위탁 생산되고 있다.

우시그룹은 화이자, 로슈, BMS, 아스트라제네카, 노바티스, GSK 등 글로벌 톱 제약사들에 ADC 및 CGT 신약 후보물질 개발, 임상 개발, 상업 생산 전 단계에 걸쳐 광범위한 협력과 CDM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러한 차세대 신약 모달리티 분야에서 다국적 제약사 고객사가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국내 기업으로부터도 생산 역량 부족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 받기도 했다. 국내 한 바이오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체결한 CDMO 계약을 글로벌 기술이전 직전 단계에서 위약금을 물고 파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차세대 모달리티를 적용한 신약 후보물질의 위탁 생산에 실패했고, 기술이전 파트너였던 글로벌 빅파마가 수율과 품질 기준 미달을 지적하면서 생산처를 우시바이오로직스로 변경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CDMO 1위라고 강조한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5공장을 합쳐 60만4000L의 캐파를 확보했다. 론자(46만L), 우시바이오로직스(45만6000L)를 제치고 양적 기준으로는 세계 1위다. 이러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캐파는 단일 항체 시장 한정이다.

이미 글로벌 항체 생산의 절반가량은 빅파마들이 자체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절반은 삼성 론자 우시 3사가 사실상 나눠 갖는 구조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장을 아무리 증설하더라도 단일 항체만 생산한 경우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의 생산 기술 확보 없이 공장만 늘리는 방식은 결국 성장성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글로벌 CDMO라는 타이틀 자체가 과도한 포장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CDMO는 단순 생산 대행을 넘어, 전임상 연구부터 공정 개발(CMC), 규제 대응, 품질 관리 및 기술 플랫폼 제공까지 포함하는 신약이 탄생하는 전 과정에 걸쳐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론자와 우시가 이 시장에서 기술기반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일 항체 공장’ 이상의 존재감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CDMO는 단순한 생산 하청이 아니라 신약 개발의 파트너”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직까지 단일 항체 외에는 기술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시장의 의문은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단일 항체 한 개의 품목으로 구성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현재 구조가 84조원에 달하는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수 있는 지다. 84조라는 시가총액은 지금의 사업 구조로는 설명이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CDMO 산업이 기술과 플랫폼 중심 경쟁 구도로 전환된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여전히 단일 항체 공장 제조에만 머물러 있다”며 “밸류에이션에 걸맞은 기술력과 실적이 없는 한 세계 1위 CDMO라는 타이틀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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