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내부거래도 '亞제약사' '역대 최대'라고 포장한 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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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1.24 13:44 수정2025.11.24 13:44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4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4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 1.7조원 역대 최대 규모 수주 계약 체결"
삼성바이오로직스 커뮤니케이션팀이 지난해 10월 22일 오전 8시35분 "아시아 소재 제약사와 초대형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며 배포한 보도자료의 제목이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커뮤니케이션팀은 "이번 계약은 창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로 전년 전체 수주 금액(3조 5009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고객사 및 제품명은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으며, 계약 기간은 2037년 12월 31일까지"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수주는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로부터 수주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선 게열사간 내부 거래에 대해 마치 큰 수주를 한 것처럼 과도하게 홍보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반응이다.

실제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커뮤니케이션팀은 당시 수주 소식을 전하며 '창립 이래 최초 연 누적 수주액 4조원 돌파, 전년 대비 20% 초과 달성', '생산능력, 품질, 트랙레코드 등 주목…글로벌 무대서 수주 활동 강화' 등의 강한 표현을 자료에 담았다. 특히 자료 말미엔 "글로벌 거점 확대 측면에서도 일본 도쿄에 세일즈 오피스를 개소해 고객사와의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누가봐도 계열사간 거래가 아닌 신규 수주로 오해할 수 있는 표현들이 많이 담겼다.

이 때문에 당시 증권가 애널리스트 사이에선 다케다제약, 다이이찌산쿄 등 내로라하는 일본 대형 제약사 물량을 수주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임종보(존림) 삼성바이오직스 대표도 이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인 10월 10일 바이오재팬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 시장에서 위탁개발생산(CDMO) 서비스를 확장해나가겠다"며 "일본 톱 10제약사 중 5곳과 계약을 체결하거나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도 일본 제약사로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10월 22일 한 대형증권사는 대규모 수주를 기반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 주가를 상향한다는 보고서도 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종종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내부거래를 '아시아 소재 제약사'로 표현하며 수주 사실을 공시하곤 했다"며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커뮤니케이션팀이 별도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전 언론사에 배포한 것은 불필요한 일로 오해가 생길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간 내부거래는 2022년 1481억원에서 2023년 2645억원으로 78.6% 늘어난 데 이어 2024년 4876억원으로 전년 대비 84.3%급등했다. 증권업계에선 올해는 다소 줄어든 3000억원으로 예상한다.

업계에선 당시 최고 경영진 측의 강한 홍보 니즈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러한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의 계열사 경영진 인사에 대한 평가가 보통 10월까지 마무리되는 데, 당시 연임을 앞두고 있던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입장에선 강한 홍보 기사가 필요 했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이러한 내부 분위기가 영향을 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그해 연임에 성공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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