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는 50kg의 중량물을 거뜬히 들어 올리고, 배터리가 소진되면 스스로 교체하며, 숙련공의 동작을 인공지능(AI)으로 학습해 즉각 모방할 수 있다. 로봇이 이제 실질적인 ‘노동의 대체재’가 된 것이다. 10년 전 알파고가 바둑판 위에서 인간을 넘어섰을 때 지능의 대체가 시작됐다면, 이제 그 무대가 두뇌에서 육체로 확장됐다.
현대차가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 공장(HMGMA)에 아틀라스를 투입시키겠다는 로드맵까지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피지컬 AI’ 시대는 먼 미래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게 됐다.
라스베이거스의 환호는 태평양을 건너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무거운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현대차 노조는 로봇 도입과 관련해 “노사 합의 없이는 불가하다”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노동자(勞)와 로봇(Robot)이 일자리를 두고 마주하는 ‘노-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하지만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생산 현장 로봇 투입은 외면하기 힘든 선택지다. 사람보다 더 오래 일할 수 있고, 위험하고 혹독한 환경에서도 근무가 가능하다. 특히 각종 규제로 고용 리스크가 높아지는 한국의 현실에서 경영진에게 로봇이 ‘비용 절감’을 넘어 ‘리스크 회피’ 수단으로 검토되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재계가 주시하는 위협은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변화의 움직임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고, 미국은 관세를 지렛대 삼아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국 내 생산설비 확대 압박에 나섰다. 반면 한국은 유례없는 인구 절벽으로 일할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한 기업 임원은 “로봇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로봇을 거부한 생산기지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기업 현장에서의 반응처럼 로봇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이를 거부할 경우 생산성 및 수익성 저하는 불 보듯 뻔하고, 기업은 생존을 위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조의 무조건적인 ‘로봇 반대’는 ‘소탐대실(小貪大失)’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의 밥그릇을 지키려다 국내 제조업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심장인 제조 공장이 떠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경제의 활력 저하와 미래 세대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19세기 영국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수던 ‘러다이트 운동’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멈춰 세우지 못했듯, 기술의 진보는 투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현대차 노조를 향해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는 없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현실 인식과 맞닿아 있을 것이다.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밥그릇 지키기’ 식의 소모적인 갈등이 아니라, 인간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미래를 설계하는 지혜다. 인간 노동자가 로봇을 어떻게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그 과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생산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노-로 갈등’을 넘어 ‘노-로 협력’의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한국 제조업의 미래가 그 시험대 위에 서 있다.
이동훈 산업1부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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