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협이 농민 위한 조직으로 다시 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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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협이 농민 위한 조직으로 다시 서려면

지난해 말 농협중앙회의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정부 특별감사가 이뤄졌다. 농협개혁 추진단 감사위원으로 한 달가량 내부 정보를 검토하면서 농협의 민낯을 발견하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지난 30년 동안 진행된 농협개혁 논의를 통해 어렵게 쌓아 올린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농협은 누가 뭐래도 거대한 사업조직이다. 자산총액이 800조원에 달한다. 재계 순위로 치면 9위다. 하지만 이런 조직을 움직이는 공식적 내부 문서가 전자화 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중요한 내용, 대규모 자금이 집행되는 문서일수록 관리 정도가 허술했다. 부적절한 수의 계약도 다반사였다.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해야 하는 감사 기능은 조직 내부의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감사 조직이 여러 내부 부서 가운데 하나로 취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조직이 농협의 주인인 200만 조합원을 대신해 경영진을 견제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오히려 자율을 명분으로 외부의 견제와 감시를 피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감사 지적 사항에 조합이 제대로 조치하지 않아도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일각에서는 농협 감사위원회 신설 등 당정이 이번에 내놓은 개혁안이 외부 통제를 지나치게 강화해 조합의 자율성·민주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감사기구 독립화는 농협 밖에서 농협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조합원이 위임한 감사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중앙회와 계열사, 조합 전반에 걸쳐 감사 기능을 이해관계로부터 분리하고 공정한 감사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의 정체성 선언에서 협동조합의 자율은 자기책임을 전제로 한다. 협동조합의 자율성이란 농축협 및 농민조합원에 의한 통제와 견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지켜질 수 있다.

농협의 지주회사 및 그 자회사는 상법상 회사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농업인의 활동을 지원하고 공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이다. 이들이 공적 책임보다 수익성을 좇거나 내부의 이익을 우선시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과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농협중앙회와 농축협뿐만 아니라 지주회사와 자회사도 농민조합원의 감시와 최소한의 견제가 필요하다.

농협개혁의 목표는 간단하다. 농협을 정부에서 통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농협이 조합원과 농업인을 위한 조직으로 다시 서게 하자는 것이다. 감사기구의 독립화도, 정부 감독권 보완도, 인사 과정의 투명성 강화도 모두 그 목표를 위한 수단이다. 개혁이 관철돼야 농협이 농협답게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불필요한 억측과 과장으로 농협의 정상화 과정을 가로막는 일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속한 개혁 입법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농협을 정상화해야 한다. 지금은 농협이 생산자협동조합으로서의 본 역할을 다할 수 있는 후속 개혁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 농협의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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