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양자컴퓨터가 '코인' 암호도 뚫는다던데...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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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영우 기자] 기술의 발달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상식을 순식간에 뒤바꾼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청소년 대상 '코딩' 교육 열풍이 최근 식어버린 것이 대표적이다. 코딩의 중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간단한 프로그램은 사람보다 AI가 훨씬 빠르게 만드는 세상이 되었다.

출처=제미나이로 이미지 생성출처=제미나이로 이미지 생성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금융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디지털 자산, 그중에서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생태계는 블록체인 기술 덕분에 탄생했다. 암호화폐는 이제 사실상 현대 금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커진 생태계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로 양자컴퓨터의 등장 때문이다.

'철통 보안' 담보하던 암호화폐

암호화폐가 지난 10여 년간 높은 보안성을 담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거래 내역을 한 곳에 저장하지 않고 전 세계 사용자의 컴퓨터에 똑같이 나눠 보관하는 분산 저장 기술 덕분에, 특정 서버를 공격해 정보를 조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둘째는 수학적 복잡성이다. 현재 암호화폐가 사용하는 타원곡선 암호 기술(ECDSA)은 현대 컴퓨터의 연산 능력으로는 풀어낼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비트코인의 개인키를 알아내기 위해 현대의 슈퍼컴퓨터를 총동원하더라도 연산에 드는 시간이 너무 길어,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사실상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슈퍼컴퓨터보다 수백만 배 빠른 양자컴퓨터의 등장

하지만 현재 각국에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는 이러한 수학적 장벽을 무너뜨릴 잠재력을 가졌다. 기존 컴퓨터의 정보 단위인 '비트'는 0 아니면 1 중 하나만 선택해 연산을 한다. 반면 양자컴퓨터의 단위인 큐비트(Qubit)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특수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 차이는 연산 속도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100개의 방 중 보물이 든 방 하나를 찾을 때, 기존 컴퓨터는 방을 하나씩 열어보며 확인해야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100개의 방을 동시에 열어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실제로 현대의 최상급 슈퍼컴퓨터로 수백, 수천 년의 시간이 걸릴 복잡한 암호 해독 문제를 양자컴퓨터는 단 10초 내외에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성능 차이는 압도적이다.

'암호' 뚫리면 '암호화폐'도 사라진다?

그렇다면 양자컴퓨터의 큐비트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암호화폐를 해킹할 수 있을까? 영국 서리 대학교의 스티븐 홈즈(Stephen Holmes)와 리쿤 첸(Liqun Chen) 교수팀이 2021년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비트코인 수준의 암호를 무너뜨리는 데 필요한 성능은 약 1536개에서 2871개의 논리 큐비트 수준으로 분석한 바 있다.

단순히 큐비스 수라면 IBM, 아톰 컴퓨팅 등의 주요 기업에서는 2024년을 전후해 이미 1000 큐비트를 달성했다. 하지만 아직 안정성이 충분하지 않고 연산 오류를 완벽히 잡아내는 기술도 미완성이라 본격적인 상용화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이들 기업들은 2030년대 초반까지 실무 활용이 가능한 양자컴퓨터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르면 2030년대 중후반에 암호화폐 생태계가 실질적인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암호화폐(Cryptocurrency)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기술의 핵심은 암호에 있다. 내가 가진 코인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암호 기술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암호가 뚫린다는 것은 내 지갑의 비밀번호가 전 세계에 공개되는 것과 같다. 암호 기술이 무력화되는 순간, 암호화폐는 더 이상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양자컴퓨터에 대응하는 방패, PQC(양자 내성 암호)

암호화폐 업계도 이에 맞서 방패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양자 내성 암호(PQC, Post-Quantum Cryptography) 기술이다. 이를 비유하자면 기존의 암호 체계가 아주 긴 직선 도로라면, 기존 컴퓨터는 자전거이고 양자컴퓨터는 슈퍼카다. 아무리 먼 거리라도 슈퍼카는 압도적인 속도로 달려와 암호를 풀어버린다.

PQC는 단순히 길을 더 길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로 자체를 복잡한 늪지대 미로로 바꿔버리는 전략이다. 직선 고속도로를 없애고 바퀴가 푹푹 빠지는 진흙탕 미로를 설계하면, 아무리 힘 좋은 슈퍼카라도 자전거와 다를 바 없이 느려지거나 길을 잃게 된다. 양자컴퓨터가 잘 푸는 수학 문제를 버리고 양자 연산으로도 풀기 힘든 새로운 수학적 미로를 암호에 도입하여 자산을 보호하는 셈이다.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주목' 필요

양자컴퓨터가 실제로 암호화폐 시장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지, 혹은 업계가 완벽한 대응책을 먼저 마련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보안 시장이 늘 그러했듯 이는 끝없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며, 블록체인 생태계 또한 주소 재사용 금지나 다중 서명 도입 등 다양한 방어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며 응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이 급변하는 기술의 미래를 완벽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기술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주목하며, 이에 발맞춰 가려는 관심이야말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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