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20분의 1 가격"…중국 저가 AI, 한국 기업시장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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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9일 홍콩에서 열린 AI 스타트업 미니맥스 상장 행사에서 옌쥔제(왼쪽 두 번째) 등 회사 임직원이 칼슨 통 홍콩증권거래소 회장(오른쪽) 등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첫날 종가 기준 미니맥스의 시가총액은 1067억홍콩달러(약 20조6000억원)까지 뛰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9일 홍콩에서 열린 AI 스타트업 미니맥스 상장 행사에서 옌쥔제(왼쪽 두 번째) 등 회사 임직원이 칼슨 통 홍콩증권거래소 회장(오른쪽) 등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첫날 종가 기준 미니맥스의 시가총액은 1067억홍콩달러(약 20조6000억원)까지 뛰었다. /연합뉴스

중국 인공지능(AI) 기업이 한국 기업용 AI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중국 생성형 AI를 일부 소비자가 호기심에 썼다면 이젠 한국 기업을 직접 겨냥한다. 미국 AI와 성능은 비슷하면서도 최대 20분의 1에 불과한 가격을 앞세워 전방위 공략을 할 조짐이다. 보안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니맥스·알리바바 韓 시장 본격 공략

"미국산 20분의 1 가격"…중국 저가 AI, 한국 기업시장 흔든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니맥스의 글로벌 사업 담당 임원은 최근 국내 A벤처투자사와 접촉해 포트폴리오 기업에 영상·음성 생성 모델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A벤처투자사는 AI 웹드라마·웹툰·숏폼 콘텐츠 기업 5~6곳을 불러 데모 세션을 열었고, 미니맥스는 이들 기업에 모델 사용을 위한 크레디트를 제공했다. 일부 기업은 미니맥스 AI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미니맥스는 딥시크, 즈푸AI, 문샷AI 등과 함께 중국 대표 생성형 AI 스타트업으로 영상 음성 이미지 음악을 처리하는 멀티모달 AI가 주력이다. 지난 1월 홍콩증시에 상장했으며 이날 기준 시가총액은 2614억홍콩달러(약 50조원)다. 미니맥스가 한국에서 겨냥한 분야는 웹툰, 게임 등 콘텐츠 제작 B2B 시장이다. 미국 AI의 20분의 1에 이르는 가격을 앞세워 한국 기업을 노리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닷컴은 지난달 28일 서울 소공동에서 국내 중소기업을 겨냥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솔루션 ‘액시오 워크’를 공개하고 한국에서 영업에 들어갔다. 제품 등록부터 해외 바이어 문의 대응, 협상 메일 작성, 시장 조사, 소셜미디어 홍보, 리스크 모니터링까지 무역 실무 전 과정을 AI가 지원하는 서비스다.

션 양 알리바바닷컴 아시아태평양 총괄 본부장은 “5000만명 이상의 활성 바이어와 20만개 이상 셀러를 보유한 글로벌 무역 플랫폼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업무 특화 AI”라고 어필했다. 조만간 한국 전용 요금제도 내놓는다.

◇美 AI 가격의 최대 20분의 1

"미국산 20분의 1 가격"…중국 저가 AI, 한국 기업시장 흔든다

중국 AI 기업들이 노리는 건 한국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콘텐츠제작사 등이다. 생성형 AI를 이용할 때 필요한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호출 비용과 토큰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회사다.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미니맥스의 최신 모델 ‘M2.5’의 출력 비용은 100만 토큰당 1.15달러(입력 0.15달러)다.

반면 미국 앤스로픽의 ‘클로드 4.5’는 출력 100만 토큰당 25달러(입력 5달러)로 미니맥스보다 출력 기준 20배 이상 비싸다. 오픈AI의 ‘GPT-5.1’ 역시 출력 100만 토큰당 10달러(입력 1.25달러)로 미니맥스 대비 9배 가까이 높다.

중국 AI 기업들이 특히 한국의 콘텐츠 영역을 두드리는 건 한국 B2B 시장 진입의 ‘교두보’가 될 수 있어서다. 웹드라마, 웹툰, 숏폼, 게임, 캐릭터 지식재산권(IP) 제작은 생성형 AI를 붙였을 때 제작 시간과 인건비 절감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영역이다.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실사용 사례를 쌓은 뒤 마케팅 자동화, 고객 응대, 번역, 게임 운영 등 다른 기업용 업무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게 중국 AI 기업의 계산이다.

◇기업용 AI, ‘모델 포트폴리오’ 시대로

한국 기업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가격이 싸면서도 오픈AI나 앤스로픽 등 미국 회사들에 종속될 우려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기업 관계자는 “과거 클라우드 시장 초기에도 글로벌 빅테크들이 무료 크레디트로 스타트업을 유인한 뒤 사용량이 늘어나자 막대한 비용을 청구한 학습 효과가 있다”며 “특정 미국계 모델에만 의존하면 비용 통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AI와 오픈소스 모델을 함께 검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했다.

업무별로 여러 모델을 조합하는 ‘모델 포트폴리오’ 전략이 확산하는 배경이다. 핵심 데이터가 들어가는 사내 업무, 고난도 추론, 코딩, 법무·금융 문서 분석에는 미국계 모델을 쓰고, 한국어 특화나 내부망 구축에는 국산 모델을 검토한다.

콘텐츠 제작과 마케팅 자동화처럼 비용 민감도가 큰 영역에는 중국 모델이나 오픈소스 모델을 시험하기도 한다. 기업용 AI 시장이 특정 모델의 승자독식 구조가 아니라 업무별 다중 모델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 AI가 국내 기업의 핵심 업무 시스템까지 파고들 경우 기업의 영업비밀 등이 새어 나갈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 중국 정부가 중국 AI 기업에 정보를 요구할 때 기업이 거부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경험상 알고 있어서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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