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무관한 모든 것 내려 놓는다"…오픈AI의 절치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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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오픈AI 경영진은 ‘코드 레드’를 발령했다. 구글 제미나이3가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코에 있는 오픈AI의 새 본사에 동행한 김경훈 오픈AI 코리아 총괄대표는 “본질적이지 않은 것을 조금 내려놓자는 경종에 가까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세상에 가장 먼저 내놓은 기업이자, 스페이스X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비상장주인 오픈AI가 신사옥을 지난 9일(현지시간) 한국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4000여 명의 임직원을 보유한 빅테크지만, 오픈AI의 본사 풍경은 창업 초기의 ‘스타트업 정신’을 실감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회사 곳곳에 새긴 사명

늦은 밤에도 불이 환하게 켜진 오픈AI 본사 MB2 /X 캡처

늦은 밤에도 불이 환하게 켜진 오픈AI 본사 MB2 /X 캡처

오픈AI는 2015년 설립 이후 보금자리로 사용해온 ‘파이오니어’ 빌딩을 떠나 2024년께 MB2로 본사를 옮겼다. 한때 플랫폼 경제의 상징이던 우버가 사용하던 건물이었다. 오픈AI가 이곳에 입주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선 테크업계의 세대교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플랫폼에서 AI로 실리콘밸리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 급변했다는 것이다. 직원이 급격히 늘자 오픈AI는 기존 MB1·MB2 사옥(약 4만6000㎡)에 더해 맞은편 2만8800㎡ 규모의 건물을 추가로 임대했다. 이 일대를 ‘오픈AI 캠퍼스’로 확장한 셈이다. GPT 등 최첨단 AI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자가 근무하는 곳인 만큼 보안도 삼엄했다.

오후 8시가 넘은 시간에도 ‘MB2’ 빌딩 2층 구내식당에는 저녁 식사를 하려는 직원들의 긴 줄이 늘어섰다. 식사 중에도 노트북을 켜놓은 채 업무에 몰두하는 직원도 눈에 띄었다. 김 총괄대표는 “삼시 세끼를 회사에서 해결하며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 직원이 많다”며 “오픈AI는 여전히 절박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외벽이 유리로 된 7층 건물은 밤늦은 시간에도 불이 꺼지지 않았고, 직원들은 쉴 새 없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김 대표는 “오픈AI 임직원은 여전히 배고프다는 말을 자주한다”며 “안정된 대기업에서는 보기 힘든 특유의 긴장감과 절박함이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AI 거품 말하기 일러”

오픈AI 본사 MB2 벽에 일반인공지능(AGI) 모델 드리프트 등 AI 관련 개념을 설명한 패널이 걸려 있다. /김인엽 특파원

오픈AI 본사 MB2 벽에 일반인공지능(AGI) 모델 드리프트 등 AI 관련 개념을 설명한 패널이 걸려 있다. /김인엽 특파원

오픈AI는 11명의 창립 멤버로 출발한 지 11년 만에 직원 4000명 이상을 둔 빅테크로 성장했다. 건물 한쪽 벽면에는 ‘인류로부터 미래를 빼앗지 말자’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자’는 메시지가 적힌 카드들이 전시돼 있었다. 인간의 인식 능력과 비슷한 수준의 일반인공지능(AGI) 개발을 꿈꾸던 창업 초기 직원들의 염원이 담긴 카드다. 오픈AI 경영진은 그날의 정신을 되새기자는 의미에서 2019년 벽 한 면을 직원들의 카드로 꾸몄다.

오픈AI 직원들의 이 같은 마음가짐은 실리콘밸리의 다른 빅테크와 결이 다르다. 아마존만 해도 창업 초기 ‘오늘만 산다’는 의미로 ‘데이(day) 1’ 문화를 키웠지만, 목표는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한다는 취지가 강했다. 이에 비해 오픈AI를 비롯해 딥마인드, 엔스로픽 등 AI 빅테크는 ‘인류와 미래’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인재를 끌어모으고 있다.

일각에선 오픈AI가 광고를 적용한 모델을 출시하면서 애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사인 엔스로픽은 오픈AI의 일탈을 겨냥한 광고를 제작해 논쟁에 불을 댕겼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전 직원이 참여한 투명한 환경에서 의사 결정이 이뤄졌다”며 “더 많은 사용자가 챗GPT를 사용하게 하려면 광고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설명했다. 구글코리아 사장을 5년간 지낸 뒤 지난해 9월 오픈AI에 합류한 김 총괄 대표는 최근 오픈AI를 둘러싼 ‘AI 버블 논란’과 관련해서도 “컴퓨팅 자원을 투자했을 때 효과가 기대되는 제품이 아직 많은 만큼 거품을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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