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콜버그 주니어 이준일 경희대 회계학과 교수 흔히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과 해고로 ‘살’을 발라먹고 떠나는 잔인한 포식자로 그려진다. 국내에서도 사모펀드 ‘먹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산업을 일구어 낸 초창기 인물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사모펀드의 개념을 만든 제롬 콜버그 주니어(1925∼2015)는 인수한 기업을 경영진과 함께 키우는 방식을 고집한 인물이었다. 미국 뉴욕 출생인 콜버그는 1946년 스와스모어 칼리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컬럼비아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LLM)를 받았다. 1955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 입사해 기업금융부를 이끌었다. 그는 베어스턴스에서 부트스트랩 인수라는 금융기법을 고안했다. 당시 은퇴를 앞둔 스턴메탈스 창업자는 회사를 자녀에게 물려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상장은 하지 않고 회사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싶지만, 사업의 결실은 회수하고 싶었다. 콜버그는 투자자 그룹을 꾸려 창업자에게서 회사를 사들이되, 창업자가 회사 지분 25%를 계속 보유하고 투자자 그룹이 나머지를 소유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 결과 원래 소유주가 회사를 계속 운영할 수 있고, 자기 몫이 있으니 다른 투자자들과 이해관계에 어긋남이 없었다. 회사를 사고 투자하는 새로운 발상이었다. 1965년 성사된 스턴메탈스 인수는 사모펀드 산업의 출발 같은 거래다. 원래의 주인에게 소수 지분을 남기는 조건으로 부채를 동원해 인수하는 방식으로, 오늘날 차입매수(LBO)의 원형이 됐다. 이 시절 베어스턴스에서 그의 밑에 있던 젊은 직원이 헨리 크래비스와 조지 로버츠였다. 콜버그는 1976년 이들과 함께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세웠다. 초기 자본금 12만 달러 중 10만 달러는 콜버그가 대고, 크래비스와 로버츠는 각각 1만 달러씩 냈다. 당시 50세였던 콜버그는 32세 동갑내기인 두 사람보다 스무 살 가까이 많았다. 콜버그는 적대적 인수가 아닌, 설득과 신뢰를 통한 우호적 거래를 추구했고 과도한 부채를 동원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KKR은 그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커졌다. 크래비스와 로버츠는 더 크고,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고레버리지 거래로 사업을 확장하려 했다. 콜버그는 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보수적 자금 조달 원칙을 고수하며 이런 흐름에 반대했다. 결국 콜버그는 건강 문제와 견해차로...
사모펀드 개척자 “우리가 ‘기업사냥꾼’은 아니다”’[이준일의 세상을 바꾼 금융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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