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유량 14배 코인 지급한 빗썸… 어이없는 깜깜이 ‘돈 복사’

16 hours ago 3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지난 6일 이벤트 보상 과정에서 비트코인(BTC) 총 62만 개를 잘못 지급한 사태가 벌어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8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지난 6일 이벤트 보상 과정에서 비트코인(BTC) 총 62만 개를 잘못 지급한 사태가 벌어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8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내 2위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6일 고객 이벤트 당첨금으로 약 61조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잘못 지급하는 일이 벌어졌다. 실수로 화폐 단위를 ‘원’이 아닌 ‘비트코인(BTC)’으로 입력하는 바람에 의도했던 액수의 9800만 배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거래소 직원의 실수가 대형 금융 사고로 이어질 뻔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빗썸은 249명에게 당첨금으로 각각 최소 2000BTC, 이날 거래가격 기준(1BTC당 9800만 원)으로 약 1960억 원 이상을 잘못 지급했다. 이처럼 거액의 지급 결정을 내리면 보안 시스템이 문제를 자동으로 감지하거나 복수의 직원이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선 이런 다단계 내부 통제 및 보안 절차가 작동하지 않았다.

빗썸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회원의 위탁을 받아 보유 중인 비트코인은 4만2619개, 자체 보유량은 175개다. 그런데 빗썸은 이 보유량의 약 14배에 해당하는 62만 개의 비트코인을 당첨금으로 지급했다. 거래소가 실제론 없는데도 장부에만 존재하는 ‘유령 비트코인’을 임의로 생성해 당첨금을 나눠준 셈이다. 거래소가 마음대로 돈을 찍어내는 ‘돈 복사’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방식의 분산형 장부에 나눠 각각 관리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빗썸 등 대부분의 가상자산거래소들은 거래 편의를 위해 은행처럼 고객이 입금한 코인을 자신들의 코인지갑에 맡아 보관하고 거래 내역만 자체 장부에 기록한다. 고객의 코인이 출금되기 전까지는 거래소 장부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거래소가 실제 보유한 것보다 많은 코인을 장부에 마음대로 생성하고 유통하는 ‘돈 복사’를 하더라도 알아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빗썸 측은 당첨금의 대부분을 회수했다고 하지만, 일부 당첨자는 이사이에 받은 비트코인을 팔아 치웠다. 이 때문에 한때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이 다른 거래소에 비해 10% 급락하는 시장 교란도 일어났다. 당첨금이 다른 거래소로 빠져나갔다면 회수가 불가능할 수 있다.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오지급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와 반환 및 배상 절차 등을 정비해야 한다.

이번 빗썸 사태로 가상자산거래소가 해킹을 당하거나 직원이 장부를 조작하는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허점이 드러났다. 금융 당국은 뒤늦게 “코인 거래소에 금융사에 준하는 통제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코인 사고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와 보안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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