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중재에 나선 파키스탄이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이집트와 함께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방안의 하나로 ‘운항 선박 통행료 부과’를 논의했다고 한다. 교착 상태인 미국·이란 간 종전 협상의 물꼬를 트려는 제3국의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항행의 자유가 보장된 국제 수로를 유료화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이들 4개국 외교장관은 그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만나 호르무즈해협에 ‘이집트 수에즈운하와 비슷한 통행료 체계를 적용하는 방안’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이 제안은 미국과 이란 측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협 봉쇄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현실적 타협안을 모색한 것이다.
문제는 이 유료화 구상이 해협을 불법으로 막아선 이란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이란은 전쟁 발발 이후 군사적 위협을 동원해 해협을 사실상 차단했다. 미국이 지난주 공개한 15개 항목의 종전 제안에 대해 이란 측이 내놓은 5개 역제안의 핵심 역시 호르무즈해협 주권 인정이었다.
이란 의회는 통행료 징수 법안 처리를 준비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돼 시행될 경우 이란이 받으려는 선박 통행료는 회당 200만달러(약 3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수에즈·파나마 운하와 같은 ‘주권적 권리’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 대해 모든 선박의 통과 통행권을 보장하고 있다. 서비스 제공 없는 단순 통과 자체에 대한 통행료 부과는 허용하지 않는다.
세계 원유 소비량의 20% 수송길인 호르무즈해협이 한 달 가까이 막히면서 에너지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예멘 후티반군까지 참전을 선언하며 홍해 항로 또한 위협받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뒤흔드는 역대급 변수들이다.
통행료 부과와 항로 불안은 곧바로 수입 비용 상승과 물가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직격탄이 된다. 통행료 부과 시도를 저지하기 위한 국제 공조에 적극 참여하고, 국제법 질서 수호를 위한 전방위 외교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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