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국산 1호' 로봇으로 심혈관 수술 성공…K의료 자립 시대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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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 보조 로봇 ‘에이비아’를 이용해 시술하고 있다. /엘엔로보틱스 제공

안정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 보조 로봇 ‘에이비아’를 이용해 시술하고 있다. /엘엔로보틱스 제공

그동안 무거운 납 차폐복을 입은 의료진이 엑스레이를 보며 직접 기구를 조작해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을 치료해온 심혈관 중재술 분야에 인공지능(AI)과 로봇이 결합한 ‘피지컬 AI’가 들어섰다. 서울아산병원이 국산 1호 관상동맥중재술 보조 로봇을 일반 환자 진료에 투입하면서다. 수입 장비 의존도가 높은 중재 시술 로봇 분야에서 국산 기술의 임상 자립 가능성이 현실 무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안정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은 최근 협심증을 앓던 56세 남성 환자에게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 보조 로봇 ‘에이비아(AVIAR)’를 활용한 시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의료진은 로봇을 이용해 복잡한 병변 부위까지 정밀하게 접근해 치료를 시행했다. 환자는 합병증 없이 시술 하루 만에 퇴원했다.

에이비아는 서울아산병원 의료 로봇 연구팀에서 출발한 엘엔로보틱스가 병원의 의료 로봇 기술 역량과 노하우를 토대로 개발한 국산 1호 관상동맥중재술 보조 로봇이다. 2023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승인을 받았고, 같은 해 12월 수술 로봇 최초로 보건복지부 보건 신기술(NET) 인증을 획득했다. 이어 2024년 12월에는 ‘카테터 제어 로봇(에이비아)을 이용한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이 혁신 의료기술로 지정되며 실제 진료 현장 적용의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은 가느다란 카테터를 심장 관상동맥까지 넣은 뒤, 좁아지거나 막힌 혈관에 풍선이나 스텐트를 삽입해 혈류를 회복시키는 고난도 시술이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환자 치료에 폭넓게 쓰이지만, 기존에는 의료진이 실시간 엑스레이 영상을 보며 직접 기구를 밀고 당겨야 해 장시간 방사선에 노출되고 무거운 납 차폐복까지 착용해야 하는 부담이 컸다. 환자의 병변을 확인하려면 조영제를 사용해야 해 고령층과 신장 질환자에게는 부담이 컸다.

에이비아는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설계됐다. 시술자는 방사선 발생 구역에서 떨어진 콘솔에 앉아 로봇에 장착된 시술 도구를 원격 조종할 수 있다. 방사선 노출과 육체적 피로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여기에 1㎜ 단위의 정밀 위치 제어와 햅틱(촉각 전달) 기능을 통해 시술 중 미세한 감각까지 구현해 더욱 정교한 조작을 돕는다.

기술 차별화도 뚜렷하다. 에이비아는 가이드와이어, 벌룬, 스텐트 등 최대 5개의 시술 도구를 동시에 장착·제어할 수 있는 다채널 시스템을 구현했다. 혈관 굴곡이 심하거나 혈관벽이 딱딱하게 굳은 석회화 병변처럼 복잡한 케이스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다.

에이비아는 기존 해외 로봇보다 시술 시간을 46% 이상 줄이고, 환자 방사선 노출량도 22% 이상 낮췄다. 실시간 AI 영상 가이드를 통해 정확도를 높이고 조영제 사용량도 줄일 수 있어 환자 안전성과 시술 효율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

이번 임상 적용은 혁신 의료기술 지정 이후 일반 환자를 대상으로 한 활용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추가 임상 근거가 쌓이면 건강보험 등재와 활용 범위 확대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 교수는 “이번 시술의 성공은 국산 관상동맥중재술 로봇이 매우 안전하고 정교하다는 것을 입증한 결과”라며 “앞으로 임상 근거를 축적하고 더욱 다양한 시술에 적용할 수 있도록 로봇을 활용한 임상 기술을 고도화하는 연구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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