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은 몸속에서 관제탑이자 지휘자 역할을 합니다. 비만약 ‘위고비’로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호르몬을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부작용 적은 디지털 치료제로 호르몬을 관리하는 ‘디지털 위고비’ 시대가 열릴 겁니다.”
국내 당뇨·호르몬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사진)는 14일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GLP-1 계열 비만·당뇨병 약이 블록버스터 신약 시대를 열면서 호르몬 전성시대가 열렸다. 호르몬은 인체 생리 현상과 행동 등을 조절하는 신호전달 분자다. 안 교수는 몸속 호르몬을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안 교수와의 일문일답.
▷호르몬이 관제탑이자 지휘자 역할을 한다고 주장해왔다.
“생체 내 신호 전달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은 크게 두 가지다. 비타민과 호르몬이다. 비타민은 인체 스스로 합성할 수 없어 음식 등으로 섭취한다. 호르몬은 인체가 스스로 만들 수 있다. 두 물질의 차이다. 이들 화학물질은 몸속에서 상당히 많은 역할을 한다. 인체 대사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감정도 호르몬 언어의 영향을 받는다.”
▷호르몬계의 신호 전달 방식도 독특하다.
“신경계는 신경 다발이 전선처럼 연결됐다. 속도가 빠르지만 오랫동안 유지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호르몬은 연결망이 필요 없다. 신경계는 유선전화, 호르몬계는 와이파이에 비유한다. 호르몬의 본질은 신호 전달이다. 혈액 속 호르몬 물질이 세포 수용체를 건드리면 특정한 인체 역할을 한다. 세포의 특정한 기능을 불러일으키는 물질이다.”
▷삶에 영향을 주는 대표 호르몬은 어떤 게 있나.
“인생은 멜라토닌으로 시작해 멜라토닌으로 끝난다. 임신 중 태아는 엄마와 멜라토닌 같은 호르몬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낮과 밤의 주기를 인식한다. 태아기에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이 차례로 영향을 준다. 20대엔 도파민, 30대엔 감정에 영향을 주는 세로토닌, 에피네프린, 코르티솔 등이 온전한 자아를 만든다. 40대가 되면 성인병 등에 영향을 주는 인슐린 같은 호르몬이 중요해진다. 50대가 되면 이런 호르몬 분비가 역순으로 점차 줄어든다. 성호르몬이 줄어드는 게 1차 갱년기, 성장호르몬이 줄어드는 게 2차 갱년기다. 이후 멜라토닌이 사라지면서 죽는 게 사람의 역사다. 가바 호르몬, 부신호르몬 등도 주연 역할을 한다.”
▷치료제 영역은 ‘물음표’다.
“호르몬의 패턴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 호르몬을 파악해 분비 능력이 남아 있다면 분비를 유도하는 방식의 치료 등으로 개발이 이어져야 한다. 생활 습관을 교정해서 해결되지 않으면 약을 투여해서 해결할 수 있다. 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호르몬을 만들어 주입할 수도 있다.”
▷신약 개발 분야에서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는 호르몬이 있다면.
“근육 호르몬으로 알려진 마이오카인이다. 운동하면 근육량이 늘어 기초 대사량이 올라간다. 인체에서 200개 넘는 근육 호르몬이 나와 혈당과 혈압, 대사 등을 조절한다. 이론적으론 운동할 때 나오는 마이오카인을 넣어주면 운동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시대가 올 수 있다. GLP-1 계열 신약이 폭넓게 활용되면서 큰 고민 중 하나가 근감소다. GLP-1과 마이오카인을 병용하면 근육은 빠지지 않고 지방만 빠지는 치료를 할 수 있다. 마이오카인은 항암제 반응에도 영향을 미친다. 암 환자의 체중이 빠지는 암액질 문제를 해소하면 살이 빠지지 않고 근육이 유지되면서 예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호르몬 치료 시대를 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연속혈당측정기처럼 호르몬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진단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 초소형 혈당 측정기는 글루코스만 모니터링한다. 호르몬 수치를 실시간 측정하고 이를 디지털 헬스케어와 연계하면 병원을 찾지 않아도 멜라토닌, 코르티솔 등의 수치를 측정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관리하거나 적절한 운동 처방 등을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호르몬 연구가 늘고 있다.
“인류가 호르몬을 알게 된 것은 12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호르몬을 모르던 과거엔 막연히 특정 역할을 하는 물질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분자생물학이 발달하고 호르몬 단백질 구조가 밝혀지면서 기능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몸속 호르몬은 4000개가량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역할을 정확히 아는 것은 100~150개 정도다. 3900개가량은 미지의 영역이다.”
▷HLB라이프케어 대표를 맡고 있다.
“최근 100원짜리 동전보다 작고 각설탕 1개 무게보다 가벼운 초소형 연속혈당측정기 ‘피코링’을 3등급 의료기기로 허가받았다. 혈당 수치에 따른 순위를 매기고 이를 토대로 운동과 식습관 관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접목할 계획이다. 피코링을 ‘손안의 의사’로 성장시켜 장기적으로 호르몬 검사 서비스를 접목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활용도 늘리고 있다.
“한 가지 호르몬이 두세 가지 기능을 할 수도 있고 한 가지 현상이 여러 호르몬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과거엔 이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AI로 점차 본질에 다가가고 있다. AI 시대에 디지털 헬스케어가 활약할 수 있는 최고의 분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하고 알고리즘 엔진으로 관리할 수 있는 호르몬 질환이다. 장기적으로 디지털 위고비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3 days ago
4
![비상 상황에 펼쳐지는 '스마트 대피 통로' 外 [과학게시판]](https://image.inews24.com/v1/4754089739db0a.jpg)



![[G-브리핑] ‘우마무스메~’ 신년 승부복 의상의 ‘우마무스메’ 등장](https://pimg.mk.co.kr/news/cms/202604/17/news-p.v1.20260417.c725bac1acc045aeb66975cfc0dabfc3_R.jpg)



![[부음] 정병묵(이데일리 산업부 차장)씨 장모상](https://img.etnews.com/2017/img/facebookblank.pn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