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인생에 또 다른 챕터가 열렸다고 생각해요. 세계 무대를 향한 지금의 한 걸음이 미래에 몇 걸음이 돼 있을지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 투어) 2년 시드를 획득한 이정환(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꿈에 그리던 무대를 밟을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세계적 선수들과 경쟁하며 제 골프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고,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최종 목표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준우승 전문가의 인생 역전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특히 골프에서 그렇다. 우승과 준우승은 단 한 타 차로 갈릴 수 있지만 대접은 ‘하늘과 땅 차이’다. 우승자는 준우승자가 받는 상금의 약 두 배를 챙긴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우승자에게 쏟아진다. 준우승자는 우승자를 빛낸 조연 정도로 언급될 뿐이다.
이정환은 오랜 시간 스포트라이트 밖에 있었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선 ‘준우승 전문’으로 통했다. 2018년 11월 골프존·DYB교육 투어 챔피언십에서 통산 2승을 거둔 이후 7년 가까이 우승이 없었다. 그사이 준우승만 여섯 차례 올렸다. 이정환은 계속해서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을 때마다 ‘나는 우승을 하지 못하는 선수’라고 자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정환은 좌절하거나 무너지지 않았다. 시무룩할 새도 없이 툭툭 털고 일어났다. 투어가 한 대회로 끝나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승 기회에서 엎어졌을 땐 슬프고 화도 났지만 다시 일어서려고 노력했다”며 “나중엔 우승 경쟁을 하는 것도 감사한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다”고 돌아봤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가니 기회는 찾아왔다. 지난 26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파71)에서 끝난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다. 선두 그룹에 4타 뒤진 공동 12위로 최종 4라운드를 출발한 그는 7타를 줄인 끝에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로 공동 2위 나초 엘비라(스페인)와 로리 캔터(잉글랜드)를 3타 차로 제쳤다. KPGA투어와 DP월드투어가 공동 주관한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그는 우승상금 68만달러(약 9억8000만원)과 DP월드투어 2년 시드를 한 번에 쓸어 담았다.
우승 당시 힘든 시간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았던 이정환은 “세계 유명 선수를 제치고 한국 선수를 대표해 우승했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이번 우승으로 DP월드투어 시드를 받은 만큼 세계 무대에서 한국을 더 빛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매킬로이와 경쟁 기대”
올해로 서른 넷인 이정환은 오래전부터 DP월드투어 진출을 꿈꿔왔다. 그는 “20대 때부터 정말 가고 싶던 무대”라며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나이지만 이제야 꿈을 이룰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했다. 그러면서 “DP월드투어에서 실력을 더 키워 최종 목표인 PGA투어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정환은 11월 6일부터 나흘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야스링크스GC에서 열리는 DP월드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에서 유럽 무대 데뷔전을 치른다. 그는 “내년 KPGA투어 개막 전까진 뛸 수 있는 DP월드투어 대회에 최대한 나가려고 한다”며 “지난해 태어난 쌍둥이가 너무 어려 아내 등 가족과 이후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1월 2일 출국해 공식 데뷔전을 준비한다는 이정환은 “제네시스 포인트 상위 자격으로 작년과 올해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을 경험한 만큼 분위기 등에 적응할 자신은 있다”며 “제 장점인 샷 메이킹을 활용해 자신감 있게 경쟁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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