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의 메디컬리포트]허울만 있는 보건소장, 역할-권한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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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최근 의료계에서는 정년을 마친 명망 있는 의사들이 보건소장으로 부임해 남은 여생을 지역사회 공공보건에 헌신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에는 정기석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서울 용산구 보건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주치의로 잘 알려진 이종철 전 삼성의료원장도 경남 창원시 보건소장을 지낸 데 이어 2024년부터 서울 강남구 보건소장을 맡고 있다. 이 외에도 평생을 환자와 함께해 온 원로 의사들이 보건소장으로 부임해 지역사회 공공의료에 헌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지역 보건의료 현장에 전문성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보건소장의 현실은 종종 ‘빛 좋은 개살구’에 비유되곤 한다. 지역 보건을 책임지는 수장이지만, 지역 의료 현장에서 뜻을 펼칠 수 있는 권한과 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관내 의원급에서 중대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건소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전무하다. 실제로 최근 서울 강남구 치과의원에서 임플란트 관련 시술로 2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건소는 언론 보도를 통해 사고 발생 11일 만에 상황을 인지했다. 이는 현재의 보건소 체계가 가진 구조적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강남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3100여 개의 의료기관이 밀집한 지역이지만, 이를 관리하는 의약과 인력은 9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연 1만4000건에 달하는 민원을 처리하며 중대 의료사고까지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개원의가 종합병원 시설을 활용하는 선진국의 ‘어텐딩 제도’와 달리 한국은 개원의가 본인 의원에서 시술과 입원을 모두 담당하는 구조라 관리 공백이 발생하기 쉽다. 더 큰 문제는 제도적 공백이다. 현재 감염병예방법이나 혈액관리법과 달리 의료법에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사고에 대한 보고 의무 규정이 없다. 이번 사고처럼 의원급인 치과에서 환자 사망 사고가 발생해도 보건소에 보고할 법적 근거가 없어 행정조사는 사고가 한참 지난 후에야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상당수 국민은 ‘보건소는 관내 의원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비난한다. 의료사고 발생 책임을 보건소에 묻는 구조가 합리적일까. 우선 사망 등 중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이 관할 보건소에 즉시 보고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보고 체계를 제도화하지 않으면 보건소의 의료기관 관리 역할이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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