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전쟁을 지켜보는 유럽 국가들은 초조하다. 전세가 러시아로 기울어 위협은 더 커졌는데 미국은 유럽에서 발을 빼고 있다. ‘미국 없이 유럽 지키기’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하지만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80년간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며 긴 평화를 누려왔다. 1990년 냉전 종식 후엔 징병제도 대부분 없앴다. 이제야 군비 증강을 시도하지만 국방 예산을 확 올리기도 어려울뿐더러 최신 무기를 도입해 실전 배치하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그래서 꺼내 든 카드가 징병제 부활이다. 러시아와 가까운 독일이 대표적이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독일은 우리나라(48만 명)와 비슷한 50만 대군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18만 명 수준이다. 독일 국방부는 “징병제 폐지는 실수였다”면서 앞으로 10년간 징병을 늘리고, 예비군을 키워 46만 명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6개월 의무 복무 후 자발적으로 1년에서 최대 17개월까지 추가 복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크로아티아, 라트비아, 세르비아도 속속 징병제로 회귀했다.
▷북유럽에선 여군 징집이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공격당했던 역사가 있는 나라들인 만큼 위기감이 더욱 크다. 덴마크는 올 7월 여성 징병제를 시작했다. 2027년 도입하려다가 2년 앞당겼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에선 이미 몇 년 전부터 그렇게 해왔다. 북유럽에서도 여성 징병은 찬반이 뜨거웠다. 하지만 군이 시민사회 구성과 동떨어지면 안 된다는 인식하에 성 중립적 징병제를 도입했고, 젊은 남성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적 한계도 있었다.▷수십 년간 평화에 젖어 있던 유럽이 징병제를 부활시키고 있지만 지금의 국민은 그때 사람들이 아니다. 무작정 입대를 명령했다간 큰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젊은 세대의 거부감이 유럽 국가들의 고민이다. 독일은 신체검사를 의무화하면서도 통과자를 모두 입대시키진 않고 부족한 인원만큼만 뽑기로 했다. 제비뽑기로 추첨 선발한다. 여성 징병제 역시 형평성 논란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한국은 저출산 시대에 징병제를 어떻게 유지할지 진작부터 고심해왔는데 이제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1 month ago
8
![[데스크 칼럼] 정교유착 고리, 끊어낼 기회다](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기고]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에 대한 단상: 표현의 자유는 안전한가?](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17/news-p.v1.20251217.aa290f51916643cc89599a49cc09f118_P3.jpg)
![[기고] 흐르는 물처럼, 2026년 인사혁신](https://www.it.peoplentools.com/site/assets/img/broken.gif)
![[人사이트] 조덕호 시지트로닉스 연구소장 “광센서 등 피지컬 AI 강자로 부상”](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03/news-p.v1.20251203.ac66b2c8eb154671a7219c6d6f0191c1_P3.jpg)
![[ET대학포럼] 〈251〉초격차 인재: AI 혁명 시대, 국가의 미래](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17/news-p.v1.20251217.719f29e44c5645ffa3627ddd3cdb6aca_P3.jpg)
![[손병채의 센스메이킹] 〈101〉기업 성공의 가정들을 점검해야 할 때](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15/news-p.v1.20251215.21878a556cc54194a5102447bd5e42d0_P3.jpg)

![[정희원의 나팔 소리] 교차로에서 양보 없는 꼬리물기… 사회의 활력이 빠르게 사라진다](https://www.chosun.com/resizer/v2/FC66CQD4RVF3HOJBPBTY5UC7XM.png?auth=c7976616d9bb9f838a204e51df4c1ecf39c647a428833cf4beff4fd0338f17c6&smart=true&width=1188&height=668)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