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얼굴에 악마의 마음' 김유정, '친애하는 X'로 새 페이지 [인터뷰+]

1 week ago 5

/사진=티빙

/사진=티빙

새로운 얼굴의 김유정이 통했다.

배우 김유정이 티빙 오리지널 '친애하는 X'를 통해 데뷔 이래 가장 강렬한 얼굴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친애하는 X'는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가면을 쓴 채 가장 높은 곳으로 향하는 여자 백아진과 그녀의 잔혹한 행보에 짓밟힌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김유정은 온화한 미소 속에 냉철한 통제력과 욕망을 감춘 주인공 백아진 역을 맡아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유정은 백아진을 연기하며 느낀 심리적 고충과 배우로서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작품을 향한 주변의 뜨거운 반응에 김유정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 작품이 공개됐을 때 원작 웹툰의 캐릭터를 잘 고증한 것 같다는 평을 받았는데, 그 점이 특히 기분이 좋았다"며 "웹툰 속 백아진이 강렬했는데, 그 강렬함이 시청자들에게도 잘 전달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유정은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백아진과의 싱크로율을 '마이너스 100%'라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가족들마저 그의 연기를 흥미롭게 봤다고 한다. "원래 저희 가족은 제가 출연한 작품을 못 보는 편인데, 백아진이 너무 달라서 오히려 잘 보시더라"며, 지인들이 장난으로 '무섭다'는 말을 건넬 때도 있다고 전하며 웃었다. 사이코패스 역할이 중심을 잃지 않고 흔들림 없이 가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으나, 함께하는 동료 배우들의 도움 덕분에 잘 해낼 수 있었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김유정은 감정적으로 극한에 달하는 장면을 촬영한 후에는 '컷' 소리가 나고도 한동안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때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모니터를 하면서 제가 집중하기도 하지만, 사람으로서 충격받는 감정들이 드러날 때 제 표정을 보며 깜짝 놀랄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시청자들도 알 수 없기를 바랐던 취조실 장면에서는 그 의도가 잘 표현된 것 같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유정은 "촬영할 때 제 표정은 저도 모르지 않나. 눈이 크게 나오고, 범죄자가 앉아있는 모습이 연속해서 나오는데, 시청자들이 '백아진이 움직이는 것 같다'고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에서 공개 연애를 하는 백아진의 모습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부담스럽다고 선을 그었다. "저도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었다"며 웃음을 터뜨린 그는 "하지만 아진은 누구보다 화려하게 연애해서 주목받고 싶은 인물이다. 허인강(김도훈 분)이 프러포즈를 하는 것이나 라이브 방송에 출연하는 설정 모두, 아진이 인강을 이용하기 위해 설정한 장치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외적인 변화도 캐릭터를 위한 노력이었다. 살이 많이 빠졌다는 대중의 반응에 대해 김유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진이 피폐해져 가고 생기를 잃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진을 연기하며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아 살이 빠진 부분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아진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점이었기에 촬영 중에는 회복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김영대에 대해서는 "촬영할 땐 김영대라는 한 사람이 아니라 준서 그 자체로 보여서 '준서야'라고 부르기도 했다"며, 아진과 준서의 관계를 '족쇄'라고 표현하며 "서로 되돌릴 수 없는 꼬인 관계"라고 정의했다.

긴장감을 풀어준 김도훈에 대해서는 "실제 재오와 아진도 그런 관계성을 띠고 있어 연기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김도훈 씨도 저에게 재오로 보일 정도로 친근하고 귀여운 모습이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준서와 재오 중 이상형을 묻자 "두 사람 다 사양하고 싶다"며 "이 작품의 모든 인물들이 극단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 뭐든지 적당하게 살고 싶은 저로서는 부담스럽다"고 재치 있게 답했다.

아역 출신으로서 자신의 아역 배우가 생긴 것에 대해서는 "신기하고 새롭다"며 "제가 활동하며 느끼지 못했던 것을 또 새롭게 느끼는 것 같다. 다만 힘든 일이 생기면 저를 찾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최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려 했다"고 따뜻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또한 10년 만에 성인 연기자로 다시 만난 홍종현에 대해서는 "반가웠고, 재밌겠다는 생각도 했다"며 "원래 아는 사이라 불편함 없이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티빙

/사진=티빙

김유정은 백아진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중심에 둔 것이 '자연스러움'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아진이 누구라도 현혹될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랐다.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반사회적 인격장애라 훨씬 자연스러운 게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며 "뭘 더 표현하려 하지 않고 절제하니 그게 극적으로 보여지더라"고 설명했다. 백아진이라는 인물에게 매 순간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은 순간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진이를 응원하지 않으려 했다"고 밝히며 작품을 향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했음을 보여줬다.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해외에서도 백아진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두고 토론이 오간다는 소식에 큰 보람을 느꼈다. 김유정은 "단순히 자극적인 악인 캐릭터로 소비되는 게 아닌, 시청 후 '내가 이 아이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응원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꼬리에 꼬리를 물게 하고 싶었다"며 "그런 이야기가 오간다니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유정에게 '친애하는 X'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느끼게 해 준 고마운 작품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애정을 가질 때 어디까지 표현하고, 서로에게 어떤 배려를 갖고 임해야 하는지 돌아봤어요. 아진이라는 인물에게 흔들리지 않게,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다들 도와주셔서 큰 추억이 되기도 했어요. 다들 정말 감사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