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없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국내 산·병 머리 맞대 "혁신신약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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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학회 지방간연구회 집담회
병원·기업 공동 전략 논의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 간 선택성 높인 후보물질 차별화
동아에스티, GPR119로 지방간 치료 영역 확장

이문희 한미약품 글로벌 사업본부 이사가 현재 허가를 받은 MASH 치료제와 다양한 인크레틴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이문희 한미약품 글로벌 사업본부 이사가 현재 허가를 받은 MASH 치료제와 다양한 인크레틴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 치료제 개발을 위해 병원과 제약업계가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열렸다.

대한간학회 지방간연구회는 14일 오후 6시 서울 노량진 유한양행 본사에서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질환의 새로운 치료 타깃을 중심으로 한 산학 협력 강화’를 주제로 집담회를 열었다.

GLP-1으로 대표되는 인크레틴 요법을 비롯해 새로운 치료 타깃을 중심으로 학계와 산업계가 한자리에 모여 최신 연구 동향과 임상적 적용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퍼스트인 클래스 신약개발 나선 국내 바이오기업들

김재선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 대표가 11β-HSD1 억제제 개발 근황과 자사 후보물질의 경쟁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김재선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 대표가 11β-HSD1 억제제 개발 근황과 자사 후보물질의 경쟁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이번 집담회에서는 국내 제약사의 MASH 치료제 개발 전략도 구체적으로 공유됐다. 각 기업은 기존 타깃의 한계를 분석하는 한편, 차별화된 기전과 임상 설계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김재선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 대표는 11β-HSD1 억제제를 기반으로 한 MASH 치료제 개발 전략을 소개했다. 11β-HSD1은 코르티솔 대사를 조절하는 효소로, 대사질환과 연관성이 높아 오래전부터 유망 타깃으로 주목받았지만 임상에서는 일관된 효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신약벤처기업 인사이트의 INCB13739, 미국 머크(MSD)의 MK-0916 등은 2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당화혈색소(HbA1c) 감소 등 일부 대사지표 개선을 보였으나 전반적인 효능은 제한적이었다. 로슈의 RO5093151과 아스트라제네카의 AZD4017 역시 MASLD/MASH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간 지방 감소 등 일부 지표 개선 신호는 확인됐지만, 섬유화 개선 등 핵심 임상지표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특히 일부 후보물질은 고용량 투여가 필요하거나 중추신경계(CNS) 관련 부작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개발에 제약을 받았다.

김 대표는 “기존 11β-HSD1 억제제가 실패한 이유는 단순히 타깃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선택성과 약물 노출,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 교란 등 복합적인 한계 때문”이라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임상에서 일관된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은 간 조직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면서도 중추신경계 영향을 최소화하는 설계를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을 낮추고 간 특이적 분포를 유도함으로써 HPA 축 활성화를 최소화하면서도 항섬유화 및 지방 개선 효과를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비임상 단계에서는 3D 간 스페로이드 모델과 동물 모델을 통해 섬유화 완화 및 항염 효과를 확인했으며, 종간 차이를 줄인 전임상 데이터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임상에서는 환자 선별 전략을 핵심 차별 요소로 제시했다. 연구진은 자기공명탄성영상(MRE) 2.5kPa 이상이면서 MRI-PDFF 8% 이상을 동시에 충족하는 환자를 포함해, 지방 축적과 섬유화가 모두 진행된 환자군을 구성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중첩 기준은 치료 타깃과 부합하는 환자를 선별해 약효 검출력을 높이고 임상 결과의 신뢰도를 높인다”고 강조했다.

현재 해당 후보물질은 임상 2a상을 완료했으며, 50~200mg 용량 범위에서 간 지방, 간효소, 지질 및 대사 지표 전반에서 개선 신호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동아에스티는 GPR119 작용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접근을 제시했다. 김미경 연구본부장은 “GPR119는 과거 당뇨 치료 타깃으로 개발됐지만, 기존 후보물질이 임상에서 충분한 혈당 강하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개발이 중단된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미경 동아에스티 연구장이 GPR119를 표적으로 개발 중인 '바노글리펠'의 작용기전과 임상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김미경 동아에스티 연구장이 GPR119를 표적으로 개발 중인 '바노글리펠'의 작용기전과 임상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동아에스티의 ‘바노글리펠(Vanoglipel)’은 GPR119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인크레틴 분비를 유도하고,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물질이다. 동시에 간 내 면역세포 및 간성상세포에 작용해 염증을 억제하고 섬유화 진행을 차단하는 효과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임상에서는 미국 2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용량 의존적인 혈당 감소 효과를 확인했으며, DPP-4 저해제와의 비교에서도 동등 이상의 효능을 보였다. 김 본부장은 “과거 일부 GPR119 계열 약물이 지역별 식이 차이에 따라 효능 편차를 보인 점을 고려해 미국에서 직접 임상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후 동아에스티는 해당 기전을 MASH로 확장해 간 지방 감소, 간효소 개선, 항염 및 항섬유화 효과를 확인했으며, 단독 요법에서도 의미 있는 간 보호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DPP-4 저해제와 병용 시 추가적인 체중 감소나 간 보호 효과 측면에서는 제한적인 시너지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인크레틴의 성과와 한계…차세대 타깃 탐색 본격화

오주현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조교수가 GLP-1 작용제를 비롯한 인크레틴 작용제를 임상에 적용했을 때 경험한 한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오주현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조교수가 GLP-1 작용제를 비롯한 인크레틴 작용제를 임상에 적용했을 때 경험한 한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이날 학계 발표에서는 현재 MASLD 치료 패러다임의 한계와 새로운 타깃 필요성에 대한 진단이 이어졌다.

오주현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조교수는 “MASLD는 전 세계 성인의 약 30%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진행성 간질환이지만, 현재 치료는 체중 감량과 인크레틴 기반 대사 조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임상에서는 체중 감소나 혈당 조절만으로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보이지 않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질환의 복합적 병태생리를 강조했다.

오 교수는 특히 코르티솔 대사와 11β-HSD1 축에 주목했다. 그는 “MASLD 환자 상당수는 혈중 코르티솔이 정상임에도 간 조직 내에서는 국소적으로 코르티솔이 증가하는 ‘국소 코르티솔 과잉’(local cortisol excess) 상태를 보인다”며 “단순 혈중 지표만으로는 질환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임상 연구에서는 11β-HSD1 억제 시 간 내 코르티솔 감소와 함께 염증 및 섬유화 마커가 줄어드는 결과가 확인됐고, 동물 모델에서도 지방간과 섬유화가 일관되게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임상에서는 기대와 다른 결과가 이어졌다. 오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AZD4017 등 앞서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했던 약물들은 주요 임상에서 타깃 인게이지먼트(표적 수용체에 대한 약물 결합 및 활성화 여부)는 확인됐지만 간 지방이나 섬유화 개선 효과는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약물이 작용했음에도 임상 효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 원인으로는 짧은 투여 기간, 조직검사 부재, 지역 및 환자군 이질성 등을 꼽았으며, “단순히 강한 억제보다 충분한 노출 지속시간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창희 울산의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현재 임상에서 주목받는 인크레틴 계열 치료의 역할과 한계를 지적했다. 이우상 기자

정창희 울산의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현재 임상에서 주목받는 인크레틴 계열 치료의 역할과 한계를 지적했다. 이우상 기자

정창희 울산의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현재 임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크레틴 계열 치료의 역할과 한계를 짚었다. 정 교수는 “GLP-1 기반 치료는 체중 감소와 대사 개선을 통해 MASLD에도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 모두 임상에서 지방간과 섬유화 개선 신호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 약물은 주로 F0~F3 단계에서 효과가 확인되며, 진행된 섬유화(F4)에서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간 자체에는 GLP-1 수용체 발현이 낮아 간 질환에 대한 직접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향후에는 GIP, 글루카곤 등 다양한 축을 동시에 조절하는 복합 기전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3중 작용제인 레타트루타이드 등은 체중 감소뿐 아니라 간 관련 바이오마커 개선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정 교수는 약물 치료의 현실적인 한계도 언급했다. 그는 “GLP-1 계열 약물은 효과가 크지만 중단 시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며 “투약 전략, 유지요법, 병용요법 등 장기 관리 전략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체중 감소 과정에서 근손실이 동반되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며 운동 병행과 근육 보존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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