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반복되는 'AI 쇼크'의 공통 공식

1 week ago 2

[토요칼럼] 반복되는 'AI 쇼크'의 공통 공식

지난해 1월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6000억달러 증발했다. 올해 2월에는 앤스로픽의 인공지능(AI) 업무 도구 ‘클로드 코워크’가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가치를 2850억달러 깎아냈다. 지난달에는 구글의 AI 기술 ‘터보퀀트’가 메모리 반도체주를 끌어내렸다. AI 기술로 15개월 사이 세 번의 주가 폭락. 반복되는 것에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세 사건의 전개 과정에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기술이 공개되고, 관련 논문이 올라오거나 서비스가 출시된다. 이 단계에서 시장은 반응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그 기술이 실제 제품이 된다. 앱이 나오고 기업용 도구가 붙는다. 시장은 여전히 조용하다. 그러다가 대중의 관심이 붙으면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딥시크 앱이 미국 앱스토어 1위에 올랐을 때, 코워크의 성능이 입소문을 탔을 때, 구글이 ‘메모리 소비 6배 절감’을 공식 발표했을 때가 그랬다. 미디어가 움직이고, 시장이 반응한다.

결정적인 순간은 그 기술이 누군가의 손익계산서에 영향을 줄 때다. ‘엔비디아 칩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 ‘세일즈포스 없이도 되는 거 아닌가’, ‘메모리 반도체 투자 전제가 틀린 건 아닌가’. 기술이 특정 기업의 이익 구조를 위협하는 문장으로 바뀌는 순간 투자자는 매도 버튼을 눌렀다.

[토요칼럼] 반복되는 'AI 쇼크'의 공통 공식

물론 세 사건을 하나의 공식으로 묶기엔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기술도 다르고, 타격받은 산업도 다르다. 반응 속도도 한 달에서 수개월까지 제각각이었다. 그럼에도 ‘기술 공개→제품화→대중적 확산→기존 업계의 손익 계산에 결정적 영향’이란 흐름이 반복된 것은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이런 패턴이 특이한 것은 아니다. 인류에 큰 영향을 끼친 기술은 대부분 비슷한 경로를 거쳤다. 전기도 그랬다. 1882년 에디슨이 맨해튼에 발전소를 세웠을 때 처음에는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공장에 모터가 들어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편리한 도구로 받아들였다. 전기가 진짜 세상을 바꾼 건 촛불과 가스등으로 먹고살던 산업이 통째로 사라지기 시작하면서였다.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기존 질서의 ‘밥그릇’을 건드린 순간 충격이 현실이 됐다.

AI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다만 속도가 다르다. 전기가 수십 년에 걸쳐 한 일을 AI는 1~2년 안에 해냈다. 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속도의 차이는 중요하다. 과거에는 한 산업이 무너지면 다른 산업이 성장할 시간이 있었다. 마차가 사라질 때 자동차 공장이 열렸고, 타자기가 밀려날 때 컴퓨터 회사가 고용을 늘렸다. 지금은 그 완충 시간이 극단적으로 짧아지고 있다. 완충 시간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적응할 여유가 줄어든다’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200년 넘게 믿어온 경제의 자기 치유 메커니즘의 작동 조건도 희미해졌다.

낡은 것이 무너지면 그 자리에 새것이 들어선다. 슘페터는 이 메커니즘을 ‘창조적 파괴’라 불렀다. 필름 카메라가 사라졌지만 디지털 이미지 생태계가 더 큰 시장을 만든 것처럼 말이다. 다만 과거의 창조적 파괴와 다른 점은 있다. 이전엔 경쟁 상대가 보였다.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의 부상을 목격하고도 대응에 실패했지만, 적어도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는 알았다. 노키아도 삼성 갤럭시폰, 애플 아이폰과 끝까지 경쟁하려고 했다. 위협의 정체가 분명했기에 전략이라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AI 앞에 선 기업들은 상대의 윤곽조차 잡기 어렵다. 위협은 경쟁사가 아니라 기술 그 자체에서 오고, 그 기술은 업종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15개월 새 세 번의 AI 충격이 반도체 소프트웨어 메모리를 차례로 관통했지만, 다음 충격의 진앙이 어디일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피터 드러커는 “격변기의 가장 큰 위험은 격변 자체가 아니라 과거의 논리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잇따른 AI 쇼크 뒤에도 시장이 여전히 ‘다음은 어느 기업이냐’만 묻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드러커가 짚은 함정에 다가가는 것일 수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다음 충격은 무엇인가’가 아니라 ‘충격 이후의 세계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 것인가’일지도 모른다. 전방위로 확산하는 AI의 속도를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속도 안에서 기업과 사람이 설 자리를 설계하는 일까지 기술에 맡겨서는 안 된다. 그 일은 우리의 몫이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