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황인찬]日 비자 강화에 쫓겨나는 韓상인들

17 hours ago 3

황인찬 도쿄 특파원

황인찬 도쿄 특파원
최근 일본 정부는 사업 관련 비자 요건을 강화했다. 지난해 10월 ‘경영·관리 비자’ 취득 요건을 엄격하게 바꾼 개정안을 공포하고 시행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사업을 하려는 외국인은 앞서는 자본금 500만 엔(약 4700만 원)만 준비하면 됐지만 이제는 3000만 엔(약 2억8000만 원)을 마련해야 한다. 비자 발급에 필요한 자본금의 기준을 단번에 6배로 올린 것이다. 이 외에도 상근 직원을 배치해야 하고, 중상급 일본어 능력도 요구하는 등 조건을 까다롭게 바꿨다.

日 ‘경영 비자’ 자본금 6배로 올라

일본 정부가 장사하겠다고 찾아오는 외국인을 상대로 비자 문턱을 높인 것은 기존 제도를 악용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정착만을 목적으로 경영 실체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거나 민박업 등 실제 경영 여부가 불투명한 법인의 설립이 증가했다. 일부 외국인 사이트에선 ‘500만 엔이면 일본 이주 가능’ ‘일본 장기 체류 매뉴얼’과 같은 정보들도 퍼졌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경영·관리 비자’를 받아 일본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총 4만4760명인데 이 중 절반 이상(2만3747명)이 중국인이다. 이에 이번 조치가 사실상 중국인을 표적으로 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피해는 특정 나라 국민만 보는 게 아니다. 한국 관련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도쿄 신오쿠보의 상인들 사이에서도 걱정이 커졌다. 필요한 자본금이 급등한 탓에 일본에 장사하러 오려는 한국 상인의 신규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기존에 멀쩡히 장사하던 상인들도 쫓겨날 걱정을 하고 있다.

개정안의 유예 기간은 3년이다. 하지만 그전인 올해, 내년이라도 비자가 만료돼 갱신하려고 하면 높아진 기준을 맞춰야 비자가 연장될 수 있다. 수천만 원의 자본금으로 비교적 작게 사업을 하던 소상공인들은 당장 2억 원 남짓의 자본금을 더 마련해야 일본에 계속 머물 수 있는 것.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영주권을 가진 재일동포는 괜찮지만 경영 비자로 온 한국인 소상인들이 문제”라면서 “상인회 차원에서 실태 조사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신오쿠보는 일본 내 최대 한인타운이다. 이곳에 있는 상점 수는 3년 전 640개에서 지금은 700개로 늘었다고 한다. 한류 인기가 지속되고, 정치적으로 한일 관계가 개선되며 많은 이들이 한국 문화와 먹거리를 체험하기 위해 신오쿠보를 찾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이번 비자 강화 조치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을 현지 상인들은 걱정하고 있다.

비자 문제는 비단 신오쿠보 상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도 이전보다 지연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고 현지 투자 관계자는 분위기를 전했다. 韓日 ‘비자 문제’도 함께 풀어가야

한일 정상 간의 ‘셔틀 외교’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경북 경주를 찾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을 찾아 연이은 정상회담이 열렸다.

두 정상은 이들 회담에서 ‘조세이 탄광’ 유해 신원 확인 같은 과거사 사안뿐 아니라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공급망 분야 협력에 합의했다. 또한 지방 소멸이나 저출산·고령화 등과 같은 국가적 난제를 풀기 위한 협의체도 출범키로 했다.

한국과 일본이 이렇게 함께 미래를 멀리 보고 해결책을 찾는 것은 양국의 협력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이런 논의들에 더해 현재 양국을 방문하거나 상대국에서 살고 있는 양국 국민들이 불편하고, 불안하게 느끼는 ‘손톱 밑 가시’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살펴봤으면 한다. 특히 양국의 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비자와 관련된 우려점을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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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도쿄 특파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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