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으로 1990년대부터 30년 동안 진행한 ‘세계 질병 부담 연구’에 따르면 2010년 후반 미세먼지는 인간에게 질병을 유발하는 위험 요소 중 7위로 올랐다. 미세먼지가 심혈관 질환 및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소라는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2023년에는 초미세먼지(PM2.5)가 상피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를 일으키고 이 때문에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리기도 했다. EGFR 변이는 대표적인 폐암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또 2022년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인간 폐 림프절 분석 결과 60세 이상 고령자는 미세먼지가 대식세포 등 면역세포 내에 상당량 축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에 입자가 쌓이고 면역 기능에 영향을 미쳐 노인성 폐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식세포는 체내에서 죽은 세포를 제거해 불필요한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외부 병원균을 포식·제거하는 핵심 면역세포다.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온 외부 물질과 가장 먼저 접촉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유일한 세포이기도 하다. 이 같은 배경으로 대식세포에 미세먼지가 축적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가 최근 연구 주제로 부상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다양한 유해 물질이 뒤섞인 입자성 물질이다.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일단 폐에 침입한 입자성 물질은 대식세포가 병원균을 잡아먹는 대식 작용으로 세포 안으로 들어오지만 제거할 수 있는 병원균과 달리 지속해서 세포에 남아 축적된다. 오랜 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됐을 때 인간 폐 조직의 림프절에 있는 대식세포에 미세먼지가 유독 과량 축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미세먼지가 쌓인 대식세포는 외부 병원균을 제거하는 능력이 저하되기도 한다.
정리하면 지속해서 미세먼지에 노출될수록 대식세포에도 미세먼지가 오랜 기간 쌓이게 된다. 미세먼지와 폐암 발생 간 연관성을 제시한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60대 이상 폐암 사망률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 장기 노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면역세포 기능 변화, 관련 기전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미세먼지 노출이 곧바로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몸은 외부 유해 물질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 기전을 갖추고 있다. 염증 반응과 호흡 과정에서의 배출 작용을 통해 일정 수준의 입자 제거가 이뤄진다.
다만 고농도 미세먼지 환경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과도한 염증 반응과 입자 축적이 면역 기능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지속해서 관리하고, 실내 공기 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차원의 관리 체계와 개인의 환경 개선 노력이 병행될 경우,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위험은 충분히 낮출 수 있다. 과도한 불안보다는 일상적인 관리와 대응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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