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지난달 발표된 노벨경제학상은 혁신이 성장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설명한 공로로 세 경제학자 조엘 모키어, 필리프 아기옹, 피터 하윗에게 돌아갔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기존 산업을 파괴하지만, 새로운 산업이 그 자리를 메우는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는 과정을 규명했다. 혁신의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경제가 성장하는데, 이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경제는 그간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내외 경제기관들도 우리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리 성장 엔진을 다시 재점화하기 위한 창조적 파괴가 절실하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서 녹색전환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탈탄소 성장지향형 전환을 추진하는 '대한민국 녹색 대전환(K-GX:K-Green Transformation)'을 힘있게 추진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역사적으로 로마는 도로를 만들어 제국을 일궈냈고, 영국은 증기기관을 만들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만들었다. 앞으로 모든 것이 전기화되는 시대에는 청정전력과 그리드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3년 기준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3.9%에 달하는 우리나라에 있어 절호의 기회다.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생산하는 에너지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에너지 수입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우리나라의 뛰어난 제조 기술력과 그리드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경쟁력을 고려할 때,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자료 출처 : 기후에너지환경부한편, 세계 시장은 공급망 전체의 탈탄소화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노리고 전세계 기후대응 노력과 녹색산업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약진하고 있다.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중국이 전 세계 60~80%에 달하는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전기차, 리튬 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기후·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영국 기후단체 카본 브리프(Carbon Brief)에 따르면 2023년 국내총생산(GDP) 상승률의 40%를 녹색산업으로 이뤄냈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 중국이 어느덧 '기후 리더'로서 변모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조업 중심의 탄소집약적 산업 구조를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가 녹색산업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점령 해나가는 중국과 경쟁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수출경합도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중국과의 수출 경쟁은 미루거나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중국의 굴기로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기 전에 우리나라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산업의 완전한 환골탈태다. 산업공정을 전면적으로 전기화하고, 연·원료의 전환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도 태양광, 풍력, 히트펌프, 에너지 AI 등 10대 탄소중립 산업의 성장과 기존 산업의 전환을 집중 지원하고, 관련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그런데 에너지, 산업 등 사회의 모든 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은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특히, 과감하고, 파격적이면서 목적을 확실하게 달성할 수 있는 혁신적인 지원 시스템이 절실하다. 이에 정부는 녹색금융, 전환금융 등 재정 투자와 더불어 생산세액공제, 공공 시장 창출 등 지원방식의 혁신도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이 새로운 산업으로 변모하면서 고용, 지역 발전 등에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도 튼튼히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제임스 와트와 함께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매튜 볼턴은 “저는 온 세상이 손에 넣기를 원하는 것을 팝니다. 바로 힘(Power·동력)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들이 이끈 산업혁명의 끝에 다다라 K-GX의 초석을 쌓아 올리는 시점에 그들에게 고한다. “우리 역시 온 세상이 손에 넣기를 원하는 것을 팔 것입니다. 바로 녹색산업입니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
〈필자〉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 존스홉킨스대에서 금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39회 출신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혁신정책관, 전력정책관, 에너지정책실장 등을 역임하며, 에너지정책을 총괄 기획해 왔다. 탄소중립 시대 에너지 대전환과 신산업 육성에 기여해 온 전문가로, 2025년 6월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으로 임명됐으며, 2025년 10월 정부조직 개편 이후 기후, 에너지정책을 총괄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을 맡고 있다.

3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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