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시대의 가장들에게 은퇴 이후의 삶은 녹록지 않은 과제다. 가족에 헌신하며 자녀를 키워내고, 겨우 내 집 한 칸 마련했을 뿐인데 어느덧 정년이 찾아온다. 막상 직장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노후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겨진 경우가 너무나 많다. 화려했던 명함도, 성실하게 쌓아온 경력도 든든한 방패막이가 돼주지 못한다. 섣부른 창업은 희망보다는 위험천만한 도박에 가까워졌다.
이처럼 할 일은 마땅치 않고 나갈 곳은 좁아진 현실, 그 벼랑 끝에서 최근 은퇴자들 사이에서 택시 운전이 가장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택시 교육을 받기 위해 1년 이상 대기해야 할 정도로 신청자가 몰리고, 대기업 임원 및 금융권 출신 은퇴자들도 주저 없이 운전대를 잡는다. 높은 진입장벽을 넘어 어렵게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분들에게 택시 운전은 남은 삶을 지탱하는 소중한 동력이자 지키고 싶은 보루다.
최근 기사님한테 “요즘 며느리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아버지는 택시 기사”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매일 규칙적으로 출근해 활력을 유지하고, 자녀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손주들에게 용돈을 쥐여줄 수 있다는 점이 ‘최고의 시아버지’로 꼽히는 비결이라고 한다. 택시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은퇴 후 자존감을 지키고 가족 내 위치를 든든하게 재정립해 주는 길이 된 것이다.
막막한 노후의 바다에서 택시라는 배를 띄운 은퇴자에게 공정한 플랫폼은 망망대해의 등대이자 길을 잃지 않게 돕는 든든한 내비게이션이 돼야 한다. 은퇴 후에도 세상과 연결돼 씩씩하게 살아가는 기사들을 돕는 일이야말로 플랫폼의 존재 이유이자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런 동업자 정신을 바탕으로 할 때 플랫폼은 단순한 중개자를 넘어 공정하고 합리적인 파트너로 다가갈 수 있으며, 비로소 ‘따뜻한 기술’로 완성된다.
이런 철학이 현장에서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 운영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동료들에게 우버 택시를 권하는 기사님들을 볼 때면 고마움을 넘어 가슴이 벅차오른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배차하고, 자사 호출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부과하는 ‘상식적인 공정함’ 때문일 것이다. 일한 만큼 정직하게 대우받고 싶은 은퇴자들의 간절한 바람이 투영된 결과다.
합리적인 플랫폼과의 따뜻한 동행, 이 건강한 생태계가 우리 사회에 단단히 뿌리 내릴 때 우리 시대 은퇴자들의 인생 2막은 조금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이런 상생의 가치는 비단 택시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상에는 택시 기사뿐만 아니라 대리운전, 식당, 배송 기사 등 다양한 은퇴 후의 일이 존재하며, 이들 대부분은 이제 플랫폼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세상을 연결한다’는 사명을 공유하는 경제 공동체로서, 서로 상생하고 합리적인 운영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즘이다.

4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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