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금융지주에 직접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연내 ‘지배구조개선 TF’를 가동해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추천’을 통해 ‘지배구조 선진화’를 꾀하겠다는 명분이다.
금융회사 거버넌스 개선이 시대적 과제지만 국가가 민간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방식은 동의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은 오래전부터 독립성·전문성 훼손 가능성이 지적돼온 터여서 더욱 그렇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20명) 위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이 공적연금 수장을 맡는 나라는 OECD 주요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복지부 장관 외에 기금운용위원회에는 기획재정부 차관 등 정부 측 당연직 위원이 5명 더 포진 중이다.
이사 추천이 실행되면 금융지주는 금융공기업 같은 비효율적 의사결정으로 빠져들 개연성이 높아진다. 5% 이상 지분 보유 상장사가 300곳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이사 파견은 극도로 신중해야 할 사안이다.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이사의 영향력이 커질 게 분명한 데다 정권 입맛에 따라 기금 운용 방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관치에 취약한 금융지주는 최우선 목표인 장기 지속 성장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파견이 확산하면 민간 기업의 내밀한 사정이 국가에 속속들이 공유될 가능성도 높다. 무엇보다 투자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은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한다’는 국민연금 설립 목적을 넘어서는 월권적 목표다.
국민연금은 2021·2022년에도 삼성물산 등 7곳에 이사 파견을 시도하다가 저지된 바 있다. ‘지분만큼의 권리 행사가 왜 문제냐’는 일각의 주장은 단견이다. 일본 공적연금(GPIF) 등 글로벌 연기금은 모두 의결권 행사조차 외부 전문기관에 위임한다. 기금 운용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결정이다. ‘국가는 사영기업의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는 헌법(126조)의 원칙을 들여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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