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 노동시장 경직성 키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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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2.10 17:44 수정2025.12.10 17:44 지면A31

이재명 대통령이 그제 비정규직 임금과 관련해서 한 발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 임금의 50~60%만 받는데, 이런 차등이 사회 발전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게 그 하나다. 두 번째는 정규직보다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이 고용 불안 보상 차원에서 임금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말은 노동 약자를 배려하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의 근원인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임금 격차에 대한 구조적 처방 없이 즉흥적 정책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노동시장은 ‘대기업-정규직-유노조’의 기득권 노동자와 ‘중소기업-비정규직-무노조’의 취약 근로계층이 병존하는 이중구조다. 개별 기업과 업종의 생산성 차이에 따른 임금 격차도 있지만 거대 노조의 공고한 기득권 아래에서 취약 노동자들의 임금 및 복지가 희생되는 측면도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정부든 기업이든 생산성을 넘어서는 임금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만약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급여를 일괄 인상하려면 그에 따른 재정 부담을 안거나, 아니면 인력을 줄여야 한다. 현재 악화일로인 재정 여건이나 ‘큰 정부’를 지향하는 정부 기조를 감안하면 둘 다 쉽지 않다. 이 대통령 의지대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급여가 인위적으로 높아진다면 민간 기업도 압박받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최저임금 급등이 노동시장 경직성을 더 키운 것처럼 비정규직에 대한 인위적 처우 개선 또한 노동시장에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비정규직 임금이 오르면 정규직 임금도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기업은 신규 채용을 늘리는 데 더욱 부담을 느낄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정리해고가 거의 불가능하고 저성과자의 퇴출도 자유롭지 않은 시장 아닌가. 정부는 노동 관련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는 기존 근로자의 처우는 개선될지 몰라도 노동시장 신규 진입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겐 취업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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