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7년 기다렸나' 혹평 쏟아지더니…신고가 뚫고 '대반전' [테크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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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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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의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 ‘붉은사막’이 출시 한 달도 안 돼 글로벌 누적 판매량 500만장을 넘어섰다. 국내 게임사가 만든 콘솔·패키지 타이틀 가운데 가장 빠른 판매 속도다. 출시 직전까지만 해도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지만, 실제 판매 지표가 빠르게 쌓이면서 시장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500만장 돌파…글로벌서 존재감 키운 붉은사막

사진=펄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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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업계에 따르면 붉은사막은 펄어비스가 2019년 처음 공개한 이후 두 차례 연기한 끝에 선보인 대형 프로젝트다. 7년에 걸친 개발 기간 동안 2000억원 이상 투입됐으며 참여 인력도 200여명에 이른다. 펄어비스는 자체 엔진 ‘블랙스페이스’를 활용한 사실적 그래픽과 광활한 오픈월드 구현을 내세워 출시 전부터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높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출시 초반 분위기는 기대만큼 매끄럽지 않았다. 지난달 19일 공개된 메타크리틱 점수는 78점으로 집계되며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스팀 유저 평가는 한때 ‘복합적(64%)’ 수준에 머물렀다. 출시를 앞두고 커진 기대가 실망으로 번지면서 투자심리도 흔들렸다.

회사는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출시 직후 첫 주말 진행한 패치를 통해 입력 반응과 프레임 안정화 등 이용자 불만이 컸던 지점을 우선 보완했다. 허진영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27일 주주총회에서 후속 업데이트 계획을 직접 설명하며 개선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용자 평가는 점차 회복세를 보였고 스팀 평가는 ‘매우 긍정적(80%)’으로, 메타스코어는 87점으로 올라섰다.

그러자 판매 속도도 가팔라졌다. 붉은사막은 출시 첫날 200만장, 나흘 만에 300만장, 12일 만에 400만장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 15일 500만장을 돌파했다. 흥행 속도만 놓고 보면 국내 콘솔 게임 가운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이용자 반응도 뜨겁다. 출시일부터 지난 14일까지 트위치에서는 관련 스트리밍이 5700건 이상 이뤄졌고, 유튜브에는 10만8000건 이상의 영상이 올라왔다. 유튜브 조회수 비중은 미국이 46.3%로 가장 높았고, 한국 17.9%, 영국 8.7%, 브라질 6%, 프랑스 4.5%가 뒤를 이었다. 국내보다는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관심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게임사들의 콘솔 시장 전략에도 시사점을 던졌다는 평가다. 초반 리뷰 점수나 출시 직후 반응만으로 흥행을 단정하기보다 출시 뒤 얼마나 빠르게 보완하고 글로벌 이용자 접점을 확대하느냐가 성과를 가를 수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출시 초기 초반 반응이 안 좋으면 흥행도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데, 지금은 출시 뒤 대응 속도가 더 중요해진 것 같다"며 "붉은사막이 그걸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실적 전망 줄상향…주가도 반등 흐름

붉은사막 '파이웰에서의 삶' 세 번째 프리뷰 영상 이미지. 사진=펄어비스

붉은사막 '파이웰에서의 삶' 세 번째 프리뷰 영상 이미지. 사진=펄어비스

주가 역시 흥행 기대와 우려를 오가며 큰 폭으로 움직였다. 펄어비스 주가는 출시 기대감이 반영되며 3월 16일 장중 7만1500원까지 올랐지만, 출시를 하루 앞둔 3월 19일 28.28% 급락하며 하한가로 마감했다. 이후 3월 20일에는 4만150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하지만 판매 호조와 평가 회복이 확인되면서 3월 25일 23.34% 반등했고, 4월 1일에는 장중 7만74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17일 종가는 5만4100원으로, 여전히 출시 직후 저점(약 4만1500원) 대비 30.4% 높은 수준이다.

증권가도 실적 추정치를 잇달아 조정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가 최근 한 달간 나온 증권사 리포트를 종합한 결과, 대부분 증권사가 붉은사막 흥행을 반영해 목표주가와 실적 전망을 상향했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펄어비스가 올해 흑자 전환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이 모였다.

DS투자증권은 붉은사막 연간 판매량 추정치를 800만장으로 높여 잡고, 올해 매출 9674억원과 영업이익 4536억원을 예상했다. 메리츠증권은 목표주가 10만원으로 증권가 최고치를 제시하면서 2분기 중국 판매량 200만장을 반영했다. NH투자증권은 연간 판매량 526만장을 기준으로 매출 3835억원, 1분기 영업이익 786억원을 전망했다. 반면 삼성증권은 목표주가 4만2000원과 중립 의견을 유지했다. 차기작 공백과 대작 출시 이후 밸류에이션 부담 가능성이 그 이유다.

에픽AI는 "펄어비스는 붉은사막 초기 혹평을 빠른 대응과 실제 판매 성과로 극복하며 주가 반등에 성공했다"며 "배틀그라운드 이후 국내 상장 게임사 가운데 가장 뚜렷한 성공 사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차기작 '도깨비' 출시까지는 최소 2년가량이 더 필요하다는 전망이 우세해, 중장기 실적 가시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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