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통일 원로들, 'NSC 쓴소리' 귀 기울여야

6 days ago 4

이재명 정부 출범 환영하던 인사들 '작심 발언'

'12.3 그림자' 속 남북관계 개선 '성적 부진' 질타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통일 문제의 최고 권위자로 불리는 원로들이 새 정부의 남북관계 성적 부진에 쓴소리를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을 환영하던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귀를 기울일 만해해 보인다.

이미지 확대 국기에 경례하는 정동영 장관

국기에 경례하는 정동영 장관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주최 '정부 출범 6개월, 남북관계 원로 특별좌담'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 정 장관. 2025.12.3 cityboy@yna.co.kr

원로들이 '작심 발언'을 한 것은 한반도평화포럼이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출범 6개월 이재명 정부 통일외교안보 정책 평가와 전망'이라는 특별좌담에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구조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포문을 연 뒤 "윤석열 정부 때 굳어진 것으로 보이는 현재 NSC 체제는 장관급 외교안보실장 밑에 차관급 실장 3명이 있다. 이 차관급이 통일·외교·국방부 장관과 똑같은 급으로 참석해서 발언하고 투표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교장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어떻게 교감들이 들어가냐"며 반드시 바로 잡을 것을 촉구했다.

이미지 확대 [그래픽]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 인사 현황

[그래픽]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 인사 현황

정 전 장관은 NSC 설치 과정을 소개하면서 난맥상의 원인도 짚었다. "윤석열 정부의 차장(김태효 당시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안보실을 쥐고 흔들려고 했던 '인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그대로 답습하는 게 문제"라고 질타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통일부 차관, 노무현 정부 통일부 장관, 문재인 정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각각 역임한 최고의 통일안보 전문 관료이다.

정 전 장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지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도 NSC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과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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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원로 특별좌담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문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는 NSC 상임위원회 의장을 통일부 장관이 맡았다"며 "남북관계가 최우선이고 한미관계는 남북관계와 연동돼 있는 것이라는 확고한 방향성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하는 여러 말을 보면 분명히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도 실제 운영하는 것을 보면 한미관계와 한미동맹을 더 중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우선 순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석좌교수도 발제에서 "NSC가 특정 부처의 입장만을 대변해서는 안된다"며 "대통령과의 긴밀한 소통과 피드백을 통해 대통령의 외교안보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부처에 힘을 실어주는 위치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NSC의) 인적구성 및 조직운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안보실-부처-NSC 상임위 등 구조 개편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원로들은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올라서고 적대적 두 국가론을 굳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남북관계와 관련, "바늘 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원로들은 아직 '바늘 구멍도 못 찾는 상황'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봤다.

또한 이 대통령이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 상태가 가장 확실한 안보"라며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 단계적 이행, '페이스 메이커' 자처 등 다양한 메시지를 발신했는데도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비전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평화적 두 국가론'을 언급했다가 정부 내부에서 반발이 일자 "통일부 입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물러섰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과 통일부 간이나 자주파와 동맹파 간의 갈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었다.

이미지 확대 김정은, 북한 공군창설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주애 동행

김정은, 북한 공군창설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주애 동행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남북관계가 꽉 막힌 상황인데다 주변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내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부 내 이견도 있을 수 있지만 일치된 행동을 보여줄 때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때 들고 갈 보따리의 상당 부분은 한국이 채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래야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냉혹한 국제 질서 속에서 우리 스스로 도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hs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2월04일 09시38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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