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꾸고 있는 인간관계
인간-AI 準사회적 관계가 일상으로… 언어에 이어 AI가 인지구조 새로 짜
감정영역까지 들어와 애착 형성돼… 기존 인간 네트워크 약화시킬 우려
인간 확장 도구 아닌 대체할 위험도… AI 기술 확보 더해 정체성 논의해야

현대인의 뇌는 포화 상태다. 인터넷 포털, 전자상거래, 소셜미디어 등이 만들어내는 정보와 사물인터넷(IoT)이 만들어내는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지만, 인간의 뇌 용량은 7만 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은 ‘초기화된 뇌’를 가지고 태어나 그 많은 지식을 살면서 습득해야 한다. 따라서 인류가 집합적으로 축적한 계통발생적 지식과 개인이 평생에 걸쳐 습득할 수 있는 개체발생적 지식의 간극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 괴리는 어떻게 메워지고 있는가? 인간은 그 괴리를 디지털 전환(DX)이라는 방법으로 대응해 왔다. 내비게이션, 검색엔진, 자동번역 및 요약, 그리고 AI 등이 정신노동의 자동화를 이끌어 온 것이다. 인간은 뇌의 작은 기억 용량을 극복하기 위해 이제 개인의 뇌 바깥에서 기억하고 학습하며 추론하는 능동적인 ‘외뇌(外腦)’를 등장시켰다. 19세기 산업혁명이 인간의 손발을 자유롭게 했다면, 지금의 디지털 전환은 포화되고 있는 뇌를 자유롭게 하고 있다.

7만 년 전 인지혁명에서는 언어가 핵심 매개체였다. 지금의 인지혁명에서는 AI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언어가 인간들 사이의 협력을 가능하게 해 부족과 국가를 형성했다면, AI는 기존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카페’, ‘단톡방’, ‘채널’ 같은 가상공간이 기존의 물리적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더니, 이제는 AI라는 새로운 구성원이 우리 곁에 들어와 새로운 형태의 공존 사회를 요구하고 있다.
문명의 대전환으로 귀착될 ‘제2 인지혁명’이 시작되고 있는 이 시점에 각국 정부는 AI 반도체 확보와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 등에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이 혁명이 인간의 정체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진지한 논의가 턱없이 부족하다. ‘소버린 AI’(국가 주권 AI)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AI 시대의 인간 주권’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우리에게는 AI라는 새 동반자가 주어졌다. 이것을 인간 확장의 수단으로 삼을지, 인간 대체의 위협으로 만들지는 우리 세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
맹성현 태재대 부총장·KAI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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