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 31조는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으며, 아이들에게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지닌다고 규정한다. 초교에 적용되던 의무교육은 1987년 교육기본법을 통해 중학교까지 확대됐고 1997년 초중등교육법은 국가와 보호자의 의무교육 책임을 명확히 했다. 그리고 2021년 기초학력보장법이 제정돼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의 책무와 역할이 규정됐다. 이에 더해 학생맞춤형통합지원법이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선 기초학력 부진이 학생 개인 탓이라고 여겼다. 이제는 다르다. 학교와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이뤄지면서다. 학교에는 난독과 난산 그리고 경계선 지능 등에 해당하는 학생이 있다. 이 밖에 심리·정서적 불안, 교우 관계의 어려움, 가정환경 등 복합적인 이유로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이 있다. 이런 학생은 종종 지능이나 학습 의지 부족으로 기초학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졌다. 그렇지 않다. 조기 진단과 섬세한 지원을 통해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초학력 부진은 사교육으로 개선하기 어렵다. 사교육은 대체로 입시를 겨냥한 선행 학습에 초점을 둔다. 개념 이해의 문턱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지원하는 역량이 사교육에서 발달하기 어려운 이유다.
기초학력 대책의 핵심은 ‘적기’에 이뤄지는 ‘정확한 진단’과 ‘촘촘한 지원’이다. 올해 초 문을 연 서울학습진단성장센터는 그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초1의 난독과 고1의 경계선 지능을 심층 진단해 맞춤형 지원을 하는 ‘집중 학년제’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학습 결손이 누적되기 전에 선제 개입한다. 전국 최초로 난산 학생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서울대와 협력해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맞춤형 지원을 경험한 학생, 학부모, 교사 가운데 93.2%가 ‘만족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교실 속 학생들의 배우는 속도는 천차만별이다. 한 명의 교사가 감당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 핀란드 캐나다 등과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기초학력 보장만 전담하는 교육 전문가가 필요하다.
최근 수도권 교육감들과 함께 ‘기초학력 전문교사’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을 제안했다. 기초학력 전문교사는 학생 정밀 진단 및 맞춤형 지도, 동료 교사 및 학부모 상담, 지역사회 연계 등을 전담하는 독자적인 전문가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평등한 주권자라고 선언한다. 배우는 속도의 차이가 교실에서 소외와 차별을 겪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 주권자를 기르는 공교육은 단 한 명의 학생도 놓치지 않을 책무가 있다. 기초학력 전문교사 도입은 그 책무 이행을 위한 공적 토대다.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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