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 나무를 생각해보자. 나무는 매년 나이테를 만든다. 비가 많이 오면 나이테가 넓어지고, 가뭄이 들면 좁아진다. 폭풍우가 몰아쳐도, 혹독한 추위가 찾아와도 나무는 묵묵하게 자신의 시간을 새긴다. 그렇게 나무는 멈추지 않고 자란다.
2014년 11월 19일, ‘공직사회 혁신’이라는 국민적 염원 속에서 인사혁신처가 출범했다. 중앙행정기관의 이름에 ‘혁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처음이었다. 이 이름은 단순한 명칭이 아니었다. 공직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혁신을 선도하라는 국민적 열망이 이 이름에 담겨 있었기에, 무게는 가벼울 수 없었다.
인사혁신처는 그 무거운 책무를 안고 11년을 달려왔다. 혁신의 길이 결코 평탄하지는 않았으나 직무와 성과 중심의 일 잘하는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전문직공무원 제도를 도입해 한 분야 전문가로 성장할 길을 열었고, 5급 이상 성과연봉제를 통해 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강화했다. 적극행정운영규정을 제정하고 공무원 책임보험을 신설해 소신껏 직무에 몰입할 여건도 마련했다. 제도 하나하나가 혁신을 위한 발걸음이었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듯이 혁신도 한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11년이 지난 지금 아직 더 나아가야 할 길이 있다. 위법하거나 부당한 지시 앞에서 공무원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연공 중심의 평가 관행도 아직 공직사회에 남아 있다. Z세대의 등장과 인공지능(AI)의 확산 등 새로운 환경 변화도 마주하고 있다.
그래서 인사혁신처는 다시 시작한다. 또 다른 혁신을 준비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행정의 민주화를 추진하고자 한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헌법 제7조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위법하거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이다. 고위 공직자들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과 책임에 부합하게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리더십 모델을 표준화할 것이다. 이런 제도적 기반 위에서 공무원이 자율적 주체로서 직무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저연차·실무직 현장 공무원의 처우 개선과 우수공무원 포상 확대로 공직사회의 활력을 제고하고 전문 분야 장기 재직, AI 인재 양성 등을 통해 공직 역량도 더 키워나갈 예정이다. 직무 관련 이해충돌 방지를 강화하고 혐오 발언 등 중대 비위를 강력 처벌함으로써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와 투명성을 높이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이 모든 것이 혁신의 연장선에 있다.
나무의 열한 번째 나이테는 특별하다. 열은 완성을 뜻하며, 열하나는 완성을 넘어선 도약의 의미를 지닌다. 쉬운 여정이 아니었지만 11년 동안 쌓은 혁신의 토대는 단단한 뿌리가 됐다. 이제 12년을 향한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3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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