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관계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진화하며 ‘특별전략적 동반자 관계’란 높은 수준의 신뢰와 협력의 틀을 구축했다. 이런 기반 위에서 지난주 이재명 대통령의 UAE 방문을 계기로 발표된 ‘100년 동행’ 공동선언은 양국 협력의 방향성을 미래 세기를 향한 구조적 파트너십으로 확대하는 본격적인 시작점이다.
양국 정상은 서로가 100년의 동행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임을 재확인했다. 경제·투자, 원자력, 인공지능(AI), 보건, 문화 등 주요 전략 분야와 더불어 국방·방위산업 협력을 한 단계 높은 ‘전략적 차원’으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국방·방산 분야에서 합의된 공진화 모델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 생산, 기술 협력 등을 산업 구조에 적용하려는 구체적 움직임이다. 방산특사인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단순 수출-구매 구조를 넘어 공동 개발, 현지 생산, 제3국 공동 수출을 추진한다”고 밝히며 양국이 국방·방산 완성형 가치사슬을 구축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공식화했다.
이런 협력 모델은 UAE의 독자적 무기 운용 능력을 높이고 한국 방산기업의 UAE 수출 규모를 150억달러(약 22조원) 이상까지 확대하는 기반이다. 더 나아가 중동·아프리카는 물론 완성형 가치사슬을 지향하는 폴란드를 비롯해 루마니아 핀란드 등 유럽 그리고 미래 시장이자 안보협력 파트너로 유망한 캐나다 등 북미,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까지 이어지는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추가 확보함으로써 K방산 글로벌 전략의 진화를 가늠케 한다.
이 같은 협력 심화는 실적을 통해 확인된 신뢰 위에 구축되고 있다. 2022년 UAE의 M-SAM Ⅱ(천궁-Ⅱ) 대규모 도입은 한국형 대공 방어체계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중동에서 입증한 사례였다. 복합적인 미사일·항공 위협 환경에 대응할 첨단 방공체계를 성공적으로 공급한 결과 한국 방산의 UAE-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등으로 구성되는 중동·북아프리카 시장 점유율이 높아졌다.
실질 군사 협력 또한 질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올해 2월 K2 전차, K9 자주포 등을 동원한 현지 연합훈련은 고온·사막 기후라는 특수 환경에서 한국 무기체계의 성능을 입증하고, 연합작전 능력과 상호 운용성을 강화했다. 해군과 해병대의 전술기동·도시전 훈련도 군사적 호환성을 높이며 실전 역량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2011년부터 활동해 온 아랍어로 ‘형제(Akh)’를 뜻하는 아크부대 파병은 군사 교류 협력의 상징적 기반이다. 한국이 주요 무기 수출국으로서 수입국 안보에 기여하고 책임을 다하는 핵심 사례다.
100년 동행 공동선언은 이런 변화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약속이다. 이 약속이 실현되면 한국과 UAE는 현재 지역(인도·태평양-유럽·대서양)과 영역(군사, 경제, 과학기술) 두 측면에서 심화하는 글로벌 안보 컨버전스 질서 형성 속에 새로운 동아시아-중동-유럽-북미의 전략축을 형성하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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