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디코드 차이나] 中 배달 전쟁이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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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1.21 17:20 수정2025.11.21 17:20 지면A25

[김영수의 디코드 차이나] 中 배달 전쟁이 던지는 질문

100위안(약 2만원)으로 1주일 식비 해결하기. 지난여름 중국 SNS를 달군 해시태그다. 손님들은 식당에 앉아서도 배달앱을 열고 쿠폰을 받아 주문한다. 소비가 얼어붙은 2025년, 배달 전쟁이 만든 장면이다.

20조원 태운 치킨게임

올해 2월 메이퇀과 알리바바 계열 어러머가 양분하던 외식 배달 시장에 e커머스 2위 징둥(JD)이 뛰어들었다. 하루 주문량은 약 1억 건에서 7월 2억5000건까지 치솟았다. 세 업체 간 물러설 수 없는 치킨게임이 벌어졌다.

세 플랫폼의 출혈은 엄청났다. JD가 참전한 뒤 세 업체가 10월까지 투입한 판촉비는 1000억위안(약 20조원)을 넘었다. 메이퇀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97% 급감했고, 3분기에는 200억위안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JD의 2, 3분기 순이익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모건스탠리는 배달 보조금이 알리바바의 사업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이 큰 손실을 감수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e커머스 성장이 둔화하자 가장 빈도 높은 소비인 외식 배달을 장악해 ‘1시간 생활권’을 선점하려는 생존전이다.

중국 배달 플랫폼 메이퇀, 징둥, 어러머 기사들.

중국 배달 플랫폼 메이퇀, 징둥, 어러머 기사들.

자영업자와 배달 기사에게도 영향이 미쳤다. 항저우의 한 과일가게 사장은 “25위안짜리 과일컵을 팔면 12위안밖에 안 들어온다”고 토로했다. 참여하지 않으면 고객이 줄고, 참여하면 마진이 사라진다. 배달 기사의 삶도 팍팍하다. 주문은 폭증했지만, 배송 단가는 떨어졌다. 근무 시간과 사고율은 크게 늘었는데, 사회보험 가입률은 40%에 불과하다.

정부의 고민도 깊다. 9월 기준 전국 실업률은 5.2%지만,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7.6%에 달했다. 플랫폼 노동자는 8400만 명, 이 중 배달 기사만 13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무역전쟁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제조업 종사자를 흡수하는 완충장치다. 불과 몇 년 전 ‘공동부유’ 명분으로 빅테크를 압박했다가 민간 투자 급감을 겪은 정부로서는 섣부른 규제가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결국 정부가 개입했다. 출혈 감당이 어려운 플랫폼들도 자율 규제를 선언하며, 10월 이후 과열 경쟁은 일단 잦아들었다.

로봇이 오고 있다

그러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수익성 압박 속, 플랫폼들은 이미 다음 전쟁을 준비 중이다. 무인화 전쟁이다.

JD는 배송 전 과정 자동화를 선언했고, 메이퇀은 3년간 배달 로봇 기업에 투자했다. 단순 동선은 이미 로봇과 드론이 맡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마존도 2030년까지 120만 직원 중 절반을 로봇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1300만 중국 배달 기사가 쌓는 데이터는 자신을 대체할 로봇을 훈련시키고 있다. 로봇이 이들을 대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더 싸게, 더 빠르게’의 달콤함에 빠져 있지만, 어느덧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기술의 흐름을 멈출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크게 달라진다. 한국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정부는 이 변화를 시장 경쟁이나 일자리 문제를 넘어, 인간과 기술의 역할을 재설정하는 ‘새로운 사회 계약’의 문제로 직시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미래는 언제나 생각보다 빨리 온다.

김영수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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