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수평선 너머로 늘어선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은 동해를 상징하는 풍경이었다. 집어등 불빛에 모인 오징어를 잡느라 어민들은 밤잠을 잊고 일했다. 울릉도 저동항과 동해안의 묵호항, 주문진항, 속초항, 죽변항, 후포항은 산더미처럼 쌓인 오징어를 거래하고 손질하느라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징어는 봄에 북상해 여름에는 러시아 연해주까지 올라갔다가 늦여름부터 남하한다. 이러한 이동 경로에서 중요한 지점이 울릉도였다. 채낚기 어선이 저동항으로 몰려든 이유다. 지금 울릉도는 오징어 길목에서 벗어났고, 저동항은 한산하다. 요즘 오징어를 만나려면 서해로 가야 한다. 충남 태안군 신진항이 대표적이다. 2025년 7월 한 달 동안 신진항에서 위판된 오징어는 930t에 달했다. 2024년 같은 달 108.9t의 8.5배였다. 올해도 전국의 오징어잡이 배가 신진항으로 모여들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동해안 항구에서 보던 풍경이 서해에서 펼쳐지고 있다. 오징어는 왜 동해에서 서해로 이동했을까. 2000년대 초반에는 연간 20만 t 이상의 오징어를 잡았다. 그러나 2024년 전체 어획량은 1만3500t까지 떨어졌고, 2025년에도 3만 t 남짓에 불과했다. 해양수산부는 2018년 살오징어를 자원회복 대상 어종으로 지정하면서 오징어 어획량 급감의 원인으로 기후 변화와 과도한 어획, 불법 조업 등을 지목했다. 국립수산과학원도 최근의 자원 감소는 기후 변화와 과도한 어획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의 이러한 설명은 어획량 감소의 원인을 짚고 있으나, 오징어가 동해에서 종적을 감추고 서해에 나타나는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회유성 어류는 적정한 수온과 먹이를 따라 움직인다. 살오징어는 수온 변화에 민감하다. 바다가 달라지면 물고기의 회유 경로가 변하고, 이동하는 물고기를 어선이 따라간다. 어선이 움직이면 항구의 운명도 바뀐다. 물고기가 사라진 뒤에야 사람들은 빈 바다를 바라보며 이유를 찾는다.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지고, 조기가 서해로 북상하지 않자 어민들은 한동안 혼란에 빠졌다. 거대한 어장이 형성됐다가 없어지면 그 물고기에 의존하던 어촌은 쇠락하고, 뜻밖의 어종이 나타나면 작은 항구가 갑자기 북적이기도 한다. 지금 신진항에서 벌어지는 일도 어쩌면 오래된 역사의 한 장면일지 모른다. 그래서 서해의 오징어 풍어를 마냥 반가운 소식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오징어를 둘러싼 ...
동해 오징어는 왜 서해로 갔을까[김창일의 갯마을 탐구]〈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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