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으스대며 (우리 집 마당에) 100가지도 넘는 꽃이 있다고 말했다. (…) 어떻게 그 가짓수를 다 셀 수 있냐 하면 그것들은 차례차례로 오고, 나는 기다리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쯤 펴낸 박완서의 산문집 ‘호미’에 나오는 내용이다. 작가는 호미를 들고 꽃을 돌보며 1번 복수초를 시작으로 차례로 피어나는 꽃을 기다린 것이다.
▶그동안 봄꽃들은 순서대로 피는 편이었다. 일주일에서 열흘 간격으로 절정의 꽃이 바뀌었다. 매화가 피고 나면 산수유, 그다음엔 진달래와 개나리가 하루 이틀 간격으로 피고 목련이 열린 다음 벚꽃이 만개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봄꽃들이 차례로 무대에 등장해 카덴차(연주에서 솔로 악기가 기교적인 음을 화려하게 뽐내는 부분)를 연주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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