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해군 최초의 잠수함 장보고함이 34년 만에 퇴역한다. 마지막 임무를 마친 노병에게 후배 잠수함들이 일제히 기적을 울리며 경의를 보냈다. 1992년 독일서 건조돼 인도된 이 잠수함은 지구 15바퀴 반인 63만㎞를 누볐다. ‘100번 잠항하면 100번 부상한다’는 잠수함 부대의 철칙을 한 번도 어기지 않고 무사고의 전설을 썼다.
▶장보고함의 퇴역은 단순한 수명 종료가 아니다. 방산 기술 자립화를 위해 고투했던 엔지니어들의 땀과 눈물이 거기에 배어 있다. 1991년 정한구씨 등 대우조선(현 한화오션) 기술진이 독일 킬(Kiel)의 HDW(하데베) 조선소에 도착했다. 현대 잠수함의 원조이자 교과서인 ‘유보트(U-boat)’를 만든 곳이었다. 벼락치기 독일어 몇 마디를 익힌 한국 기술자들은 철저한 이방인이었다. 설계도면은 난해한 철학책 같았고 도면에 없는 용접 순서나 손놀림 방법 등은 독일 측의 함구령 속에 가려져 있었다.

2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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