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혜산

3 weeks ago 8

북·중 국경선은 1400㎞로 서울~부산의 세 배 거리다. 북 주민이 철조망을 뚫고 압록강이나 두만강을 건넌다고 해도 중국 쪽은 대부분 사람 없는 오지다. 무턱대고 도강하면 빽빽한 숲을 헤매다 죽을 수도 있다. 탈북이나 밀수를 하려면 건너편에 중국 마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압록강 하류 단둥이나 두만강의 투먼·훈춘 등은 강이 넓고 깊어 건너는 것 자체가 어렵다. 공식 무역이 이뤄지는 곳이라 감시도 삼엄하다.

▶어느 해 겨울 북한 양강도 혜산이 마주 보이는 창바이(長白)를 가본 적이 있다. 강폭 20~30m 너머로 혜산이 손에 잡힐 듯했다. 꽁꽁 언 압록강 상류에서 북한 병사는 공을 차고 아낙네는 얼음을 깨고 빨래를 하고 있었다. 창바이는 ‘조선족 자치현’이다. 한국 말이 통한다. 1980년대까지 국경 통제가 없어 강을 자유롭게 건너 다녔다. 나이 많은 조선족은 “한 마을처럼 지냈다”고 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