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원래 멀쩡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이렇게 됐어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을 찾는 분들로부터 흔히 듣는 말이지만, 우울증은 결코 하루아침에 갑자기 찾아오는 질환은 아니다. 안타깝지만 서서히 진행되고 있던 질병의 신호들을 당사자와 주변인들이 알아채는 것이 매우 어렵기에 그렇게 느낀 것이다. 우울증의 초기 단계는 마음보다 몸의 변화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우울증이라는 병명에 속아 단순히 슬픈 기분만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침체됐다는 뜻을 지닌 영어 진단명(depression)처럼, 뇌의 기능이 다방면으로 저하되는 질환이다. 충분히 자도 피로가 전혀 풀리지 않거나, 불면증 혹은 반대로 15시간 이상 자도 늘어지는 과수면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엔 뇌의 기본적 수면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다. 실제로 불면을 겪는 사람이 우울증을 겪을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배 이상 높다. 여기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이나 소화불량, 식욕 변화 등 비특이적 신체 증상이 겹친다면 이미 뇌는 과부하 상태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신호들을 무시한 채 계속 견디기만 하다 보면 다음 단계, 삶을 움직이는 힘 자체가 줄어드는 상태로 질병이 진행된다. 퇴근 후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눕거나, 컴퓨터를 켜고도 이메일 하나를 열지 못하는 지연 행동이 빈번해진다. 씻기, 청소, 설거지 같은 일상적 행동들도 버거울 정도로 에너지가 부족해지니 외출이나 타인과의 교류는 당연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즐거움과 흥미도 사라진다. 좋아하던 영화나 여행도 감흥을 주지 못하고, 그때의 체력 소모가 더 버겁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과정 중에 쌓이는 밀린 일들과 무너진 일상은 자신을 향한 자책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분명히 변화가 생긴 힘든 상태에서도 책임감과 노력을 되새기며 겨우겨우 버텨내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그렇게 가르쳐 왔고 강요하는 사회문화적 특성에 기인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우울증이 더 진행되면 노력과 의지만으로는 절대 버틸 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뇌의 전두엽 기능 저하로 기억력과 집중력의 손상이 나타나 업무와 공부에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사고 과정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자신과 주변 환경, 그리고 미래를 완벽하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지왜곡이 고착화되며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에 갇힌 듯한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차라리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 ‘그냥 내일 아침에 눈...
무기력과 수면장애 2주 이상 지속된다면…[김지용의 마음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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