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관의 자본시장 직설] 물음표만 남는 MBK 중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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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관의 자본시장 직설] 물음표만 남는 MBK 중징계

지난 21일 금융감독원이 MBK파트너스에 ‘직무정지’를 포함한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사모펀드(PEF)업계에서는 초유의 일이다. 그 근거로 제시된 것이 홈플러스 상환전환우선주(RCPS)다. 하지만 RCPS 개념과 홈플러스 RCPS의 발행 내용 및 전후 맥락을 짚어보면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국민연금이 손해 봤다는데

RCPS는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띠는 하이브리드 증권이다. 투자자가 원금 상환을 원하면 채권이 되고, 기업 가치 상승에 따른 차익을 바라면 주식이 된다. 금감원은 MBK에 대한 중징계 근거로 올해 3월 홈플러스 기업 회생 신청 엿새 전 내려진 RCPS 발행 조건 변경을 들었다.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리테일투자가 발행한 홈플러스 RCPS를 채권이 아니라 자본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MBK 주도로 조건이 변경되며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펀드에 투자한 국민연금도 손실을 봤다는 것이 금감원 입장이다. 만에 하나 홈플러스가 최종 부도를 맞아 청산에 들어가면 RCPS가 채권으로 남는 편이 원금 회수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박종관의 자본시장 직설] 물음표만 남는 MBK 중징계

하지만 이는 상법을 조금만 이해하면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다. 채권으로서 RCPS는 회사에 배당가능이익이 있고, 선순위 채권을 모두 갚았을 때만 상환이 가능하다. 홈플러스는 배당가능이익이 없고, 금융회사에서 빌린 선순위 차입금도 먼저 갚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SPC가 보유한 RCPS의 상환권은 사실상 무의미했다.

게다가 조건이 변경된 RCPS는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RCPS와 전혀 관계가 없다. 홈플러스와 관련된 RCPS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홈플러스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SPC가 발행한 것과 홈플러스의 복잡한 지배구조를 정리하면서 발행된 RCPS다. 국민연금은 인수 자금 마련 과정에서 발행된 RCPS에 투자했으며,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는 한 주도 들고 있지 않다.

제대로 된 설명 없는 금감원

금감원의 조치는 RCPS 발행 조건이 바뀐 이유를 무시한 것이기도 하다. 올해 2월 26일 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 신용등급을 A3-로 내리겠다고 통보했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홈플러스가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강제 상환 조치가 내려지며 당장 회사가 주저앉을 판이었다. 신용등급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부채비율부터 낮춰야 했다.

당일 MBK가 급히 RCPS를 자본으로 간주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이를 통해 홈플러스 부채비율은 1408.6%에서 425.9%로 낮아졌다. 이 같은 시도에도 신용등급이 바뀌지 않았지만 MBK가 사익을 취하거나 국민연금 등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치려 한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애초 MBK가 세운 SPC와 SPC에 투자한 국민연금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 MBK가 홈플러스를 회생시켜야 국민연금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금감원의 논리는 성립 자체가 어렵다. MBK가 SPC를 통해 투자한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해 내린 결정이 MBK와 SPC에만 이롭고, SPC에 투자한 출자자(LP)인 국민연금에는 해가 된다는 건 모순이다.

자본시장에선 이번 홈플러스 RCPS 사태를 두고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온다. RCPS 특성에 대한 국민의 이해는 부족한 반면 PEF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다는 것을 이용해 필요 이상으로 MBK에 과중한 책임을 지우려 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한국을 대표하는 PEF 운용사 직무를 정지시키겠다는 금감원은 나흘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MBK에 자금을 출자한 글로벌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도 맡긴 돈을 굴려야 할 운용사가 영업을 중단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국민연금도 포함된다. 국민연금의 이익을 누가 진짜로 침해하고 있는지 금감원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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