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만으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기고/우범기]

6 days ago 2

우범기 전주시장

우범기 전주시장
지구의 환경수용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산업혁명 이후 세계 인구가 8배나 증가하고 자원 고갈 속도가 회복력을 상회하면서, 환경 위기를 방어할 수 있는 한계선을 넘어선 것이다. 이에 국제사회는 탈탄소 산업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대폭 상향했으며, 이재명 대통령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일부 고통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탄소중립 정책을 지속가능한 성장과 미래세대의 삶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간혹 탄소중립을 ‘보존’과 ‘보호’의 동의적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개발’하거나 ‘변환’하는 것이 불필요한 탄소를 유발하고 환경 파괴적이라는 오해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에 더 이상 ‘보존’과 ‘보호’만이 ‘친환경’이라는 등식은 성립하기 어렵다.

큰 수목도 생육 상태가 떨어지면 탄소 흡수 기능이 저하되고 병충해 위험이 커지며 산불 진화도 어려워진다. 이럴 때 간벌과 재식재는 훼손이 아니라 조화로운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다. 도심 하천도 마찬가지다. 있는 그대로 흘러야 아름다운 곳도 있지만, 도심의 경우는 다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안전한 치수(治水)를 최우선으로 하고, 적절한 수변 관리를 통해 도시의 기후 회복력을 높여가야 한다.

물론 ‘보존’과 ‘관리’의 가치를 절충하고 협의해 나가는 일은 중요하다. 도시가 ‘보존’해야 할 역사·문화 자산은 반드시 지켜야 하며, 전주시 또한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탄소중립 패러다임을 도시 전체로 확장해 보면 보다 명확한 방향이 보인다. 전주의 탄소 배출은 건물과 수송 분야에 집중되는데, 2022년 기준 전체의 50.56%가 건물에서 나왔다. 즉, 에너지 효율이 낮은 노후 아파트와 건물이 과도한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을 유발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구도심이 많은 전주의 특성상 적극적인 재개발·재건축이 필요한 이유다. 보존해야 할 건축물은 지키되, 그 외는 그린리모델링 활성화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신축 건물에는 제로에너지 인증을 강화하는 등 지속 가능한 탄소중립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현재 전주시는 실내체육관, 독립영화의집 등 신축의 경우 에너지 효율 1등급으로 설계·추진하고 있다.

수송 분야 개선 또한 필수적이다. 전주는 고가도로·지하차도가 적어 차량 흐름이 자주 끊기고, 이는 불필요한 탄소 배출로 이어진다. 전주시가 추진 중인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도입은 이러한 탄소 배출 구조를 바꾸는 핵심 사업이다. 공사 과정에서 불편이 있겠지만 전주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변화는 대개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가 변화에 적응하고 성장하며 도약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미래세대와 그다음 세대에게 새로운 세계를 선물할 수 있겠는가. 오늘이 아닌 내일을, 내일을 넘어 미래를 위해 패러다임 전환에 대담하게 나서야 할 때다. 모두가 스마트시대를 말할 때 인공지능(AI) 시대를 대비하고, AI시대가 도래했을 때 그다음을 먼저 생각하는 선견지명의 자세로 나아간다면 두려움 없이 미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탄소중립 시대, 그 첫걸음은 고정관념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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