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 1주년 특별성명에서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명명하고 법정공휴일로 지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당도 ‘민주화운동 기념일 지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이심전심으로 입법이 빠르게 진행되는 모양새지만 성급하다는 인상이 앞선다. 평화적 방식으로 한국 민주주의를 지켜낸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하고, 이를 주도한 정치세력으로서의 감회도 남다를 것이다. 하지만 특별성명에서 강조한 ‘정의로운 통합’을 위해서라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계엄의 당위성은 당연히 인정할 수 없지만 당시 계엄 전후로 벌어진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잇따른 장관 탄핵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윤석열 정부를 향한 실망·분노와 별개로 집권 측의 ‘내란몰이’가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과 정파를 극우·내란 세력으로 싸잡기 위한 행보로 비쳐진다는 시각도 있다.
이제 막 1년이 경과한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사태의 실체에 대한 논쟁과 법리적 판단 절차가 한창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바로 어제 사법부도 추경호 전 국민의힘 대표 영장 기각을 통해 계엄·내란을 둘러싼 ‘혐의 및 법리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란으로 최종 판정 나더라도 가장 큰 수혜를 보는 정파가 앞장서기보다 역사적 평가와 국민적 공감대가 무르익을 때를 기다리며 차분히 결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비상계엄 관련 “국가권력 범죄는 나치전범처럼 처리하라”는 이 대통령 발언이 거칠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인권과 국민주권을 말한 것으로 이해되지만 그래도 인종주의와 대량 학살을 특징으로 하는 나치 언급은 지나치다. ‘상속인들에게도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발언도 마찬가지다. ‘인권보장’이라는 법치국가의 기본정신에 배치돼 헌법(13조)이 금지한 연좌제 처벌을 연상시킨다. 부당이득이 있다면 범죄수익 환수 등 법적 절차를 통해 정의를 실행하는 게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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