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년 내내 노사 협상' 현실화할 노란봉투법 시행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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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1.24 17:39 수정2025.11.24 17:39 지면A35

고용노동부가 어제 하청기업 노조가 원청 사업주와 직접 노사 협상을 벌일 수 있게 한 노란봉투법(2·3조 개정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청 노조에 기존의 교섭 창구 단일화 원칙과 상관없이 교섭단위 분리를 허용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개정 법령이 내년 3월 10일 시행되면 협력업체가 수백, 수천 개에 달하는 자동차, 조선, 철강을 비롯한 상당수 대기업은 사실상 1년 내내 노사 협상에 시달릴 수 있다. 왜 이런 혼란을 자초하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는 하청 노조의 교섭 단위와 관련해 단일화 틀은 기본적으로 유지하되, 개별 기업으로 분리하거나 비슷한 직무·업종별 하청을 묶거나 전체 하청을 하나로 합치는 방안을 모두 제시했다. 교섭단위 분리의 모든 유형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 경우 교섭 대상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묶어서 교섭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면 단일화를 시킬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놨지만 얼마나 지켜질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불확실성투성이란 얘기다.

원청기업은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 자체가 불합리해도 이를 임의로 거부할 수 없다. 정부기구인 노동위원회가 교섭과 관련해 자율적 합의가 안 될 때는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사용자성)을 판단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사용자성의 기준이 여전히 모호한 가운데 원청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면 부당 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청기업으로선 노조가 소속 회사를 무시하고 원청과의 교섭을 막무가내로 추진하더라도 이를 막을 방법도 없다. 고용계약의 근간을 뒤흔들게 된다는 점에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하청 노조에 대한 전면적인 교섭권 허용은 하도급 구조가 뿌리가 깊은 산업 생태계 전반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아무리 생산성 제고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급해도, 기업들로선 더 많은 경영 자원을 노사 협상을 위해 투입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금이라도 노란봉투법이 초래할 부작용을 파악해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최소한의 보완을 요청하는 기업들의 호소를 건성으로 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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