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통령은 ‘정의로운 통합’에 대해 “봉합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적당히 미봉하면 같은 일이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을 치명적인 암에 비유하며 암 제거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에서 정부의 ‘내란 청산’ 기조가 통합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이에 대한 답을 내놓은 측면이 있을 것이다.
현재 윤석열 전 대통령 등 계엄 핵심 관련자 23명이 기소돼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혹이 한둘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이 국회 담을 넘는 의원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전 경찰청장의 증언, 김건희 여사가 전 법무부 장관에게 자신의 수사 진행 상황을 채근하듯 물었다는 새로운 사실들도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은 진상 규명에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고, 다른 관련자들도 책임 회피와 증언 거부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사법적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계엄이 낳은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는 통합도 가능하다.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했을 때, 일각에서 우려한 극단적 국론 분열이 일어나지 않은 것도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공직자들 대상의 계엄 가담 여부 조사는 부역자 낙인찍기 같은 후유증을 남겨서는 결코 안 된다. “가담자들이 깊이 반성한다면 화합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한 이 대통령의 발언이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다.계엄 핵심 인물들에 대한 사법적 심판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불법 계엄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모를 낱낱이 밝혀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이야말로 계엄 선포 뒤 국회에 들이닥친 군경을 맨몸으로 막은 시민들 앞에 국가가 이행해야 할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증오와 적대를 낳지 않도록 최대한 절제하지 않으면, ‘정의로운 통합’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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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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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의 시적인 순간] 내가 가장 먼저 안 '첫눈'](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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