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다음달 1일 금융위원회와 당정협의회를 열어 법 개정 논의를 시작한다. 의무공개매수는 지배주주의 지분을 사들여 기업 경영권을 인수할 때 같은 주가로 소액주주의 지분을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민주당은 25% 이상의 지분을 취득할 때 남은 지분 전량을 인수하게 하는 방안을 밀고 있다. 윤석열 정부 때 금융당국이 추진한 ‘50%+1주’ 의무 매수 방안보다 기준이 한층 더 까다로워졌다.
당정이 법 개정에 나선 것은 인수합병(M&A)이 이뤄질 때 대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린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대주주 지분을 사들일 땐 시가에 10~50%의 웃돈을 얹어주는 게 보통이다. 바이오 등 일부 업종에선 100%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런 혜택을 누리기 힘들다. 매수 주체가 지분이 더 필요하면 경영권을 확보한 뒤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게 정석이다. 프리미엄이 없어 주식 매입 비용이 덜 든다.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 주장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투기 세력의 약탈적 기업 인수를 방지하고,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등 순기능이 적잖다. 하지만 M&A 시장이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상당하다. 자금력을 갖춘 극소수 ‘큰손’이 아니면 M&A에 나서기 힘들어진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 더뎌지고, M&A를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진 상장폐지가 늘어날 가능성도 다분하다. 또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위험 부담을 안고 책임 경영을 꾸려온 지배주주에게 주는 일종의 보상이기 때문에 소액주주에게까지 부여할 성격이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과 인공지능(AI) 혁명 등으로 글로벌 산업 지도가 급변하는 시기다. 혁신과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려면 활발한 M&A 시장이 필수다. 소액주주의 권익이 중요하다고 해서 산업 경쟁력을 훼손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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