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관·개인·기업 모두 해외투자…근본적 고환율 대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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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2.01 17:29 수정2025.12.01 17:29 지면A35

국민연금과 기관 및 개인투자자가 해외 투자를 늘리고, 기업은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쌓아두는 경향을 보이면서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고환율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개별적인 정책만으로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국내 기관의 해외 주식·채권 투자 잔액은 전분기 대비 5.3%(247억달러) 증가했다. 국민연금은 올 들어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91.7% 급증한 245억달러를, 개인은 73.9% 증가한 166억달러를 해외 주식에 투자했다. 반면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한 달 만에 21% 증가한 537억달러에 달하는 등 달러 공급은 줄고 있다.

정부는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그제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 연장 협의를 시작했고, 환전 기업에 국책은행 대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달러 환전정보 제출 요구와 증권사의 환전 실태 점검도 병행한다. 그러나 이런 단기적 대응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민연금의 환헤지는 투자 수익률에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기업의 환전 유도는 해외 투자에 제약을 가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정부는 대증요법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재정 통화 등 경제정책 전반에 걸쳐 구조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엔화 약세 등 외부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쿠폰 지급 등 확장 재정 정책이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시급하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몇몇 업종의 강세가 이끄는 성장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미지수다. 실업률 흐름으로 경기 침체를 판단하는 ‘삼의 법칙’으로 유명한 클라우디아 삼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성장 둔화가 원화 약세의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국가의 환율이 궁극적으로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깊이 유념해야 할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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