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의 공제 확대 의지에도 '상속세 개편' 내년으로 미룬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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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1.28 17:25 수정2025.11.28 17:25 지면A23

정부·여당이 경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상속세 개편을 결국 논의하는 시늉만 하다 보류하기로 했다. 유산 총액을 누진세율로 가족 전체에 일괄 과세하는 현재의 유산세 방식을 개별 상속인이 취득한 재산만큼 세금을 내는 유산취득세로 바꾸려던 계획은 세수 감소를 이유로 내년 이후 중장기 과제로 미뤄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다시 거론한 상속세 공제 한도 확대도 후속 논의가 중단됐다. 속을 들여다보면 터무니없이 ‘부자 감세’로 몰아붙이는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느라 꼭 필요한 상속세 개편이 뒤로 밀린 모양새다.

현행 유산세는 상속 가족 전체가 연대책임을 지는 합산 부과 방식으로 ‘받은 만큼 부담한다’는 조세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누진세율로 과세하는 만큼 정부로선 더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어 전형적인 징세 편의주의라는 비판도 많다. 이에 반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실제로 물려받은 유산만큼 세금을 내는 방식으로 대다수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다. 그동안의 자산가치 상승을 감안하면 상속세 공제 한도가 1997년 이후 28년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것은 말이 안 된다. 대통령이 직접 “(상속세 낼) 돈이 없다고 집을 팔아야 하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며 공제 한도를 10억원에서 18억원으로 높이자고 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정부·여당은 상속세 개편을 보류한 직접적인 이유로 세수 감소를 들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유산취득세를 도입하면 2조~3조원가량, 상속세 공제 한도를 늘리면 추가로 1조2000억원의 세수가 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사회구조 변화를 감안할 때 더는 미룰 수 없는 세제 개편이라면 이 정도의 세수 차질은 핑계가 될 수 없다. 연간 400조원에 육박하는 세수를 감안하면 새로운 세원 발굴이든, 지출 구조조정이든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 상속세는 세금이라기보다는 징벌에 가깝게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제라도 시대 변화를 반영해 합리적 방향으로 상속세제를 개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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