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가 공학 교육의 체질 개선을 위해 대대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국 칭화대의 ‘야오반’이나 베이징대의 ‘튜링반’ 같은 인재 교육 프로젝트인 ‘EXCEL 프로그램’이다. 공대 학부생 중 매년 40명을 뽑아 별도의 지도교수를 붙여주며 2000만원씩 3년간 총 6000만원을 지원한다.
김영오 학장은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입상자 등 발군의 실력을 갖춘 학생들을 찾고 싶어도 우리 학생들은 공정성이란 이유로 학교 외 활동을 대학 입학서류에 한 줄도 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을 보면 사회주의 중국이 오히려 엘리트 교육에 총력전 태세로 임하는데 정작 시장경제를 한다는 자본주의 국가 한국이 더 획일적이다. 중국 최고 명문 칭화대의 최고 엘리트 특수반인 야오반은 우리의 수학능력시험 같은 중국 입시제도인 가오카오를 통해서 뽑지 않는다. 수학 올림피아드, 물리 경진대회, 정보 올림피아드 등에서 1, 2등 경력이 있는 고교생만을 대상으로 선발한다. 야오반의 설립 취지는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최고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학비 전액 면제에 스타 교수 초빙 강의와 하버드·스탠퍼드·홍콩대 등에서 수업 기회도 준다.
한국경제신문이 서울대 공대 출신 최고경영자(CEO) 16명의 심층 인터뷰를 시리즈로 내보내고 있다. 대한민국 제조업 최일선에서 경쟁력 향상을 위한 격정적 토로가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깊은 울림을 주는 말 중 하나가 “수학을 포기한 국가에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소련에 인공위성 개발에 뒤진 ‘스푸트니크 충격’ 때 미국 로켓의 아버지 폰 브라운 박사가 지적한 원인이 “미국이 초등학교 수학교육을 소홀히 한 탓”이었다. 우리 수학 교육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설계의 기본이 되는 행렬·벡터를 고교 과정에 넣었다 빼기도 하고, 미적분Ⅱ·기하 등은 수능에서 아예 제외하는 등 ‘쉽게 쉽게의 포퓰리즘’에 빠져 있다. 이공계 살리기는 수학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체계 개편부터 시작해야 한다.

2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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